부산에 사는 대학생 김모(20)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로 고분 발굴 현장에서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한 뒤 콜라색 소변이 나오면서 전신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 다음 날 병원에 갔더니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며칠 늦었으면 급성신부전증으로 숨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몸을 움직일 때 사용하는 횡문근이라는 근육이 파열되면서 마이오글로빈 같은 근육세포 구성물질이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질병이다. '근육이 녹아내리는 병'인 셈이다. 이정은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근육세포 구성물질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 신장으로 이동한다. 콜라색 소변을 보는 것도 붉은색인 마이오글로빈이 소변에 섞여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신장에 갑자기 무리를 줘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횡문근은 팔·다리 등 신체를 움직이는 골격에 연결된 부위에 많이 분포한다. 따라서 횡문근융해증은 과도하게 몸을 쓰거나 외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조병수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횡문근융해증 환자 중 90% 이상이 김씨처럼 근육을 과도하게 쓰거나 같은 자세를 오래 취하면서 근육에 지나친 긴장을 줘서 발병한다. 환자 중 40%는 급성신부전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급성신부전증이 오면 호흡곤란이 동반되면서 심하면 숨진다. 심한 운동을 한 뒤 콜라색 비슷한 소변과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아야 한다. 이 질병으로 진단되면 투석 치료를 받고,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5일 이상 푹 쉬어야 한다. 혹시 병원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1~2일이 지나 갈색 소변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 된다. 만성신부전증이 올 수도 있고, 원인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다시 과격한 운동을 해서 병을 재발시킬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최근 우리 병원에서 어린이, 청소년 5명이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았는데 전원 학교에서 단체기합으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100번 이상받거나 운동장을 20~30바퀴씩 돌다가 발병했다"며 "학교에서 체력이 약한 학생에게 과도한 기합을 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