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이정준, "할리우드 진출 꿈도 이루어지겠죠"

"원래 축구 잘해요. 못하는 척 하느라 힘들었지요." 지난달 27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감독 계윤식)는 축구가 주요 소재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DMZ의 북한군 GP 분대원들의 월드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엔 당연히 북한군의 축구 시합 장면들이 담겨 있다.

실제론 축구 좀 하는데 배역상 '헛발질'

2002년 월드컵때 군대 생활 경험이 도움 만능 스포츠맨…이병헌 선배가 롤 모델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공수표 역으로 인기를 모은 신인 이정준은 '꿈은...'에서 영화 첫 조연을 맡았다. 북한GP 분대원의 막내인 리두익 전사로 신병 역할이다. 영화는 군대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참이 공격수, 신병이 수비수다.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분대장 역의 이성재가 공격수, 막내 이정준은 수비수다. 게다가 설정상 이성재는 축구 실력파이고, 이정준은 젬병으로 나와야 했다. 그런데 진짜 실력은 반대란다.

"감독님께 '저 축구 좀 하는데 영화에서 잘하면 안 되냐'니까 못하게 하시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죠. 그래서 우리끼리 시합할 때 혼자 5골이나 넣었죠. 성재 형님의 축구 실력은...(웃음)."

진짜 축구실력을 숨겨야 했던 이정준은 대신 간부들 몰래 분대원들과 한국경기를 라디오로 들으며 응원하는 장면에선 100％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연기를 펼쳤다. 이정준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입대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 끝나고 입대했어요. 미국 경기부터는 훈련소에서 조용히 앉아서 시청만 했죠. 떠들지도 못하고 응원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저희 집이 시청 앞이었거든요. 시청 광장 응원 열기를 나중에 친구들한테 얘기 듣고 너무 아쉬워서 울었습니다."

영화에선 북한군으로, 실제로는 한국군으로 2002년 월드컵을 묵묵히 지켜본 이정준의 신병 연기가 범상치 않은 이유다.

만능 스포츠맨인 이정준은 축구 농구 야구 등의 구기 종목을 물론이고, 웨이크보드 스노보드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특히 스노보드는 프로선수를 꿈꿀 정도로 실력파다.

"초등학교 때 캐나다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타고 완전 빠졌어요. 이후 뉴질랜드에서 스물두 살 때까지 선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노보드만 탔죠."

뉴질랜드 유학파인 그는 군 제대 후 스노보드 선수의 길을 접고 뒤늦게 스스로 연기자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섬유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원단을 나르면서 조금씩 연기자의 꿈을 키워온 이정준은 우연치 않게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집안에서 처음에 연기를 시작한다니까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지금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조금씩 인정해주시는 중이에요."

이제 신인 연기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알리고 있는 이정준의 올해 목표는 영화 1편, 드라마 1편 출연이다. 이미 영화는 캐스팅이 결정된 상태고 드라마는 캐스팅 과정 중에 있다. 그러나 진짜 꿈은 훨씬 더 원대하다.

"진짜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입니다. 이병헌 형님과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는데, 제게 많은 영향을 주셨어요. 연기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주셨고요. 병헌이 형이 제 롤 모델이죠."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것처럼 언젠가는 이정준의 할리우드 꿈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