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前 총리실장의 '아찔한 도전'

"환갑 넘긴 인생, 극한의 위험에 도전합니다."

권태신(62) 전 국무총리실장은 지난달 하와이섬 1만3000피트(약 4000m) 상공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흥분에 아직 취해 있었다.

작년 8월 총리실장(장관급)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그는 "스카이다이빙을 해보니 38년간 지내온 공무원 생활이 얼마나 평화로웠는지, 그리고 남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전문 교관의 도움을 받아 그와 함께 뛰어 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에는 뉴질랜드의 절벽에서 번지점프도 했다.

"퇴임 후 '거안실업회장(거실과 안방을 오가는 실업자)'으로 남은 인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꼽다 보니 무작정 하늘에서 뛰어내리기부터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청와대 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주(駐)OECD 대사 등을 거치며 청춘과 장년기를 보내고 공직에서 물러나자 찾아온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먼저 찾은 것이 '익스트림 스포츠'였다는 것이다.

권 전 실장은 막상 하늘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늙어가며 괜한 짓 하는 건 아닌가'하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에 각서를 쓰는데, 종이에 붉은색으로 인쇄된 '익스트림리 데인저러스(extremely dangerous·매우 위험함)'라는 표현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권 전 실장은 "묘한 건 막상 비행기에서 허공에 몸을 던지고 나니 겁나는 게 없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던 것"이라고 했다. 그 순간 공직에 몸을 담기 전에 공군 중위로 복무할 때 한강을 헤엄쳐 건넜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1974년 스물다섯 되던 해에 양화진 성당 쪽에서 출발해 헤엄을 쳐 한강을 건넜는데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거칠 것 없던 시절이었다"며 "젊음은 도전에서 나온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그의 부친은 권성근 전 공군작전사령관으로, 그 역시 공군 장교 출신이니 이래저래 하늘과 인연 깊은 셈이다.

권 전 실장은 총리실장을 퇴임한 후 유엔 부설 유엔평화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 이사장으로 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를 때 미국 사회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심과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정신이 충만했었다"며 "우리 젊은이들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도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 전 실장은 올겨울엔 스위스의 설산(雪山)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또 다른 '익스트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