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이 남자… 악마가 되다

    입력 : 2012.06.05 03:11

    [김상중, SBS"추적자" 소름돋는 파렴치 정치인 연기 화제]
    "발연기" 후배들 나쁘게 안 본다, 나도 그런 시행착오 거쳤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 보람… 정치 할 거냐고요? 아뇨, 전혀요

    ‘추적자’에서 악역 주인공 강동윤 역으로 호평받고 있는 김상중이 인터뷰 중 정면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연기엔 답이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한편으론 그래서 재미있지만…”이라고 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배우 김상중(47)이 날 선 악역 연기로 드라마를 이끌며 주목받고 있다. SBS 월·화 미니시리즈 '추적자'에서 대권에 눈먼 정치인 '강동윤' 역이다. 부인이 낸 뺑소니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여고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마 같은 캐릭터다. 대선을 배경으로 한 화제성에 뚜렷한 선악 구조와 관록있는 중년 연기자들의 열연이 융합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홈페이지와 인터넷 등에는 '소름끼치는 미친 연기' '차라리 영화였으면 좋겠다. 브라운관이 좁다' 등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서울 한남동 카페에서 만난 김상중은 "젊은 친구들이 중심인 요즘 드라마 사이에서 흔치 않게 우리 또래가 주축이라 잘됐으면 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단 2회 방영됐는데도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처음이 미약하고 끝이 창대한 구도라면 좋겠는데, 오히려 반대로 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웃음) 정치인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감정의 코드와 드라마 줄거리가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저 속엔 또 무슨 음모가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하는 정서가 있으니까."

    ―드라마에서 라이벌은 자기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강동윤의 뒤를 쫓는 형사 '백홍석' 역의 손현주다. 그러나 실제론 '절친'이라던데.

    "'현주야'라고 친근하게 이름 부르는, 몇 안 되는 벗이다. 나이도 같고, 연극배우로 시작해 단막극 시절을 거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드라마의 주된 메시지는 현주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백홍석이 달걀이라면 나는 바위인데, 시청자들은 달걀이 바위를 깨뜨리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까. 하하."

    ―살인을 사주하는 대선 후보, 정치인에 줄 선 법관, 재벌 회장에게서 수사 지시를 받는 검찰 같은 설정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 말이 나올 법도 한데.

    "2002년 사극 '제국의 아침' 때 해프닝이 있었다. 주인공 고려 광종 역을 맡았는데, 내가 탄 말에 숫자 2가 찍혀있었고 이게 대선후보 기호랑 연결지어져 말(言)들이 퍼져 말(馬)을 아예 바꿨다. 이번에는 별 얘기가 없다. 정치인·법조인 등을 파렴치하게 설정했더라도 당사자들이 '실제론 안 그런데' '드라마 인물처럼 되지 말아야지'라고 가벼이 받아넘길 정도로 의식은 향상됐다고 믿는다."

    ―20여년 동안 기복 없이 활동하고 있다. 원동력은.

    "작품 운, 사람 운이 좋았다. 나도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었지만 인복이 많았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연기 안 되는' 친구들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속칭 '발연기'에서 내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고, 진흙 속 진주처럼 숨겨진 가능성을 볼 때가 있다."

    ―시사고발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도 맡고 있다. 그런 반듯하고 진지한 이미지 탓에 연기 폭에 제약을 느끼진 않나.

    "월요일 화요일에 나쁜 짓 한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토요일에 진실을 얘기하느냐는 농담까지 나오더라.(웃음) 아무래도 제약은 있다. 막가는 역할, 까부는 역할 등은 스스로 삼간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달래준다는 보람이 있다. 욕심을 내 최장수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 앞선 진행자 중 정치인이 많으니 '정치할 거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생각도 능력도 전혀 없다. 물론 제의도 없었고.(웃음)"

    ―명문 극단 '신화' 창단 멤버다. 다시 무대로 돌아갈 생각은.

    "2000년 창단 10주년 공연을 하곤 무대에 선 적이 없다. 부끄럽다. 배에 기름이 차서 그런지 몰라도.(웃음) 기회가 되면 꼭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 단, 제대로 할 것이다. TV 연기자이니까 관객들이 많을 때 출연한다든지,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캐스팅 중의 하나로 연기한다든지 하는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