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니어인물

동대문 디자이너, 서울 백화점 주름잡다

입력 : 2012.07.12 03:07 / 수정 : 2012.07.12 09:45

[신세계 강남점 유지은씨]
입점 1년도 안 돼 매출 상위… 부산·마산까지 매장 확장
"소비자 취향 변화 바로 반영, 동대문 스피드 생산 통했죠"

유지은씨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 앉아 있다. 동대문 디자이너 출신으로 강남 백화점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는 업계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연 매출 1조3000억원으로 전국에서 둘째 규모다. 여성의류를 파는 영 캐릭터 매장은 이곳의 심장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이곳에 모이고, 이들의 소문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십 개 브랜드의 전쟁터인 영 캐릭터 부문에서 1년도 안 돼 매출 상위 5위 안에 들어간 브랜드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30대 여사장 유지은(38)씨가 이 브랜드를 창업해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유 사장은 지방대인 목원대 미대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동대문의 3.3㎡(1평)짜리 매장에서 옷을 만들어 팔아온 '동대문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주변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동대문에서 '스피드 생산'을 배웠고 그게 백화점에서도 통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변화를 빠르게 잡아내 그걸 바로 디자인과 제작에 반영했어요."

이 브랜드 옷은 여름 재킷류가 20만원대이며, 티셔츠는 3만~4만원대도 많다. 같은 층 다른 브랜드의 70~80% 수준이다. 유씨는 "동대문이든, 백화점이든 좋은 품질의 옷을 거품 없는 가격에 팔면 손님들이 안 사곤 못 배긴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그는 8개 브랜드가 함께 모인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신진디자이너 발굴 차원에서 '픽앤추즈(Pick N Choose)'라는 편집매장을 열어 판로를 열어준 것이었다. 그중 유씨의 브랜드만이 살아남아 작년 8월 강남점과 영등포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신진디자이너가 편집매장을 통해 발탁돼 단독매장을 연 것은 백화점 업계 전체에서도 처음이다.

"제가 해외 유학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옷은 정말 자신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니까, 초반엔 힘들었죠. 그래서 생각한 게 손해를 보면서도 '홍보상품'을 만들어 팔자는 거였어요."

유 사장은 터틀넥 셔츠를 장당 원가 300원을 손해 보며 1만4900원에 팔기 시작했다. 첫 수량 1700장이 3일 만에 다 팔리면서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어졌고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소문도 났다. 작년 8월 신세계 강남점과 영등포점에서 출발했던 이 브랜드는 매장당 2억원 정도의 월 매출을 올리며 지난 2월 센텀시티점·마산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대학 졸업 후 IMF 경제위기가 터졌고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면서 간 곳이 동대문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밤낮없이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렇지만 무명의 동대문 상인으로 남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 브랜드가 백화점을 발판으로 더 멀리 뻗어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