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목수를 꿈꾸는가

  • 정지현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한준호(C.영상미디어)

    입력 : 2013.06.26 09:45

    SECOND LIFE

    ‘목수’라는 직업에는 막연한 로망이 깃들어 있다.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의 전업 리스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직종이기도 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목수로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하여.

    “인생은 당신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책장을 넘기다 우연히 발견한 문구에 눈길이 멈춘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소속된 직장이 없어지는 셈이니 자신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것 같아서다. 하지만, 그렇기만 할까. 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입사해 20~30년간 일하는 직장 생활이라는 게 어떤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 속에서 어느 정도 ‘나를 버린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찌보면 직장이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은퇴는 참 인생의 시작일 수 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난 뒤 당당히 나의 권리와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나무 의자
    목.수. 입 밖으로 소리내어 발음해보면 어딘지 모르게 투박하고 소박한 느낌이 묻어나는 어감을 지닌 목수는 요즘 현대인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젊은세대들은 정형화 된 기업 문화를 거부하거나 취업이 어려운 시기의 대안으로서 이를 선호한다. 정신적 여유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일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두고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니어세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목공예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소설가 박범신 또한 어느 책에서 말년에 조그만 목공소 같은 것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이라는게 논리가 가득 쌓여있고 논리의 그물망 속에 작가가 들어 있는 거다. 소설을 쓴다는 게 굉장한 압박인데 목공예를 하고 있으면 그런 논리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나무를 만지고 있으면 다른 어떤 것들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고향 논산에 내려가 기구 좀 갖춰놓고, 좋은 대패도 사서 손녀딸 의자나 식탁 같은 것을 짜고 싶다”며 목공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것.

    누구나 싱그러운 나무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는 작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보이는 것과 실제 사이에 차이가 있듯 목작업도 그렇다. 심리적 힐링이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무턱대고 목공 전문가 과정에 등록하고, 장비를 사들이기 전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수고와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기 위해 목공을 배우고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기에 최근 들어 가구 공방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DIY 가구 공방의 경우 업체 간의 경쟁이 만만치 않아서 가격 경쟁력이나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다. 원목을 다루는 본격 목가구 공방을 계획한다면 당장 수익을 낼 욕심을 버리고 일정 기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공방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다른 목가구와 차별성을 꾀해야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나무 책상

    목공은 취미가 곧 직업인 분야다. 목공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게 가장 좋다. 1년치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는 전문가반에서 시작하지 말고 우선 취미반에 등록, 직접 경험해보면 본인과 맞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설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창업을 목적으로 배우든, 그냥 해보고 싶어서든 목공을 배워 놓으면 삶의 질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스스로 디자인한 가구를 만들고 생활 속의 한 부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김성헌(메이앤공방 대표) <젊은 목수들> (프로파간다)中


    interview 목수 진홍범

    “목작업을 하면서 인생의 결이 바뀌었다”


    대학에서 건축도시계획을 전공한 후 부동산개발기업에 입사, 수도권 일대를 누비벼 성실히 일한 진홍범 씨. 어느날 갑자기 목수로 전업해 ‘목수 진씨’로 살아온 지 6년차에 접어든 그를 만났다.

    목수 진홍범
    Q. 전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불확실한 미래를걱정하며 누구나 20대 때에는 방황의 시기를 겪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내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저)라는 책을 통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건축을 배워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할 때인 2002~2003년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부동산 개발 회사에 취직했다. 출근하고, 시장 조사하고, 보고서 작성하고, 접대 술자리나 회식에 참석하고, 퇴근하는 반복적인 생활의 연속이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도 받고, 성과를 낼 때면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7년이 한계였던 것 같다.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아니,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2000년 후반에 이르러 부동산 시장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동종 업계에서 이직조차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목공소를 열었다.

    Q. 두 번째 직업으로 목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6년 즈음 취미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을 한옥에서 보낸 까닭인지, 20대 때 우리나라 고건축에 심취해 유명 사찰이나 전통 가옥을 찾아다녀서인지 목작업에 막연한 흥미를 느끼고 있던터라 취미반에 등록했다. 뜻밖에 공방에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내 머릿속에 새겨진 목수 이미지는 나이든 남자였다. 어려서 동네 목공소에 가면 흔히 보게 되는 그런 ‘아저씨’만 생각했었는데, 많이 달랐다.

    여하튼 주말마다 재미있게 배웠다. 그러다 2007년 즈음 이직을 고려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전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갓 결혼한 아내도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한 번 도전해 보라’며 내 편이 되어 주었다. 이후 닥쳐올 상황을 알았다면 섣불리 결심하지 못했을 거다. 1년만 버텨보자, 내년에는 달라지겠지, 1년만 더해보자며 보낸 시간이 3년이다. 희망과 열정만 가득했지 경제적 성과가 없었다. 이후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소득은 제로에 가깝다. 판매가 이루어져도 원목이나 기계 사는 데 재투자 하다보니…. 만약 이게 치킨가게였다면 진작에 정리했어야 한다. 손익 구조가 형편없는 치킨가게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 아니라 과감히 결정을 내려야 겠지만, 목공소는 다르다. 명품을 만드는 목가구 공방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목작업을 하는 데 중요한 자산은 무엇인가

    내 자산 중 하나는 나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1970~1980년대만 해도 한국적인 무언가가 생활 전반에 묻어 있었다. 동네 모습이나 생활 방식 등 그 시절의 아련한 인정과 멋이 있다. 내가 그런 우리의 정감을 느꼈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지금의 20~30대는 당시의 경험이 없어서 그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북유럽 스타일 가구가 유행이지만, 내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모든 가구는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환경이나 생활 방식에 맞춰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한국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미감이 있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디자인이야말로 한국인의 성정에 가장 잘 맞을 것이다. 목작업을 할 때 한국 전통 가옥과 생활 양식을 근간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Q. 목수로 사는 즐거움은 어떤 것인가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찾은 기분이다. 조직에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 조직보다 개인적인 활동에 맞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혼자 힘으로 해냈을 때 얻는 성취감이란! 직장 생활이 실질적인 학문인 ‘경영학’이라면 목공 작업은 정신적인 소양을 높이는 ‘인문학’과 같다고 할까. 나는 돈보다는 성취감을 택했고, 한 계단 한 계단 위를 향해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더디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수백억 연봉을 받는 스포츠 선수가 부럽지 않고, 기업의 CEO라는 명예가 탐나지 않는다면,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지 않을까.

    진홍범 씨는 전통 목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목공예 작가다. 2009년 헤이리 유리재 갤러리, 공평 아트센터, 2011년 경인 미술관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홈페이지(www.jinhongbum.co.kr)에 가면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다.


    목공예 배울 수 있는 곳

    나만의가구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920-2
    문의 033-243-2554
    www.diycc.co.kr

    나무풍경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2가 33-48
    문의 02-2642-0945
    www.woodscape.co.kr

    만들고싶은것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2가 1동 331-33 토디하우스
    문의 02-498-9626
    www.diylife.co.kr

    메이앤공방
    주소 서울시 마포구 중동 48-21
    문의 02-307-2022
    www.mayn.kr

    유니크 마이스터
    주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사송동 560-1
    문의 031-716-3339
    www.uniquemeister.com

    정재원가구
    주소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264-7
    문의 070-4024-8662
    www.jeongjae.com

    헤펠레공방
    주소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659
    문의 031-760-7600
    www.diyhafele.co.kr

    후아의나무공방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912-5
    문의 031-967-3313
    www.huaw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