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8 23:48

[세계적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 캘리포니아大 명예교수 訪韓]

古代엔 魚자원 고갈되면 이주… 지금은 갈 데가 어딨어
세계 어장 87% 난개발 되고 대규모 원양어업 발달한 오늘… 이미 北海엔 대구 씨가 말라
수산업 없인 인류 미래도 없어… 바다 장기 보존 계획 세워야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렸습니다. 수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자손들은 재앙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문명의 기원과 흥망성쇠를 연구해온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77)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미래 인류에 가장 중요해질 문제로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꼽았다.

'고고학 세계로의 초대', '인류의 선사문화',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등의 저서를 집필한 고고학 분야 권위자인 페이건 교수는 최근 바다를 통한 인류 발전 연구서인 '수평선 너머(Beyond the Blue Horizon)'를 출간하며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 고고학자는 28일 수협중앙회(회장 이종구)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가 개최한 제3회 국제수산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브라이언 페이건 교수가 방어를 들어 보이며 수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브라이언 페이건 교수가 방어를 들어 보이며 수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그는 "인류는 4만5000여년 전부터 어로 활동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했고, 오늘날에도 26억 인구가 바다에 의존해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많은 인류는 해안에서 낚시를 하고 해초를 따서 먹고 살았다. 5000여년 전 대규모 어업 활동이 처음 등장한 것도 당시의 인구 증가와 깊이 관련돼 있다고 한다. 2000여년 전 시작된 양식어업은 로마인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줬고, 유럽의 문명 발전에 기여한다. 심각한 기근에도 인류는 바다를 통해 식량 부족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대규모 원양어업이 가능해지며 인류는 어족 자원 고갈을 염려할 처지에 놓인다. "고대 그리스에도 무분별한 어획으로 도시국가가 사라진 사례가 있었어요. 그래도 그때는 옆 도시로 이주하면 됐겠죠. 오늘날의 어족 자원 고갈은 전 지구적 문제입니다."

그는 고고학 연구를 위해 직접 배를 몰고 지중해와 북해를 오가고, 대서양을 횡단했었다.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을 답사하기도 했다. 1950~ 60년대에는 인류의 기원을 찾아 아프리카에서 7년간 생활하기도 했었다. "우간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아프리카 어부와 함께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어부들이 겪는 고민은 같습니다. 어종은 점점 줄고 어획은 어려워지죠."

세계 어장의 87%가 난개발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인들이 즐겨 먹던 대구는 북해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수산물 수요 급증은 동북아 어족 자원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어족 자원 부족은 식량 부족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10년 기준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17%를 수산물에서 얻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 식량 부족 국가에선 24%를 수산물을 통해 공급받는다. 페이건 교수는 "이대로 가면 가까운 미래에 바다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식량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산업이 없는 인류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다 남획을 막고 어족 자원 보존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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