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食文化, 유네스코 마음을 훔치다

'김치'가 아니라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의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상업화의 우려 때문에 피자, 스시 같은 특정 음식의 등재를 금기시하고 있다.

당초 문화재청은 등재 신청 서류에 한글로 '김치와 김장문화', 영문으로는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로 각각 표기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앞두고 유네스코 측은 "이것이 '김치'라는 특정 음식의 등재로 인식되면서 상업적으로 이용돼 인류무형유산 등재 제도의 본질을 왜곡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왔다. 그런 이유로 아제르바이잔 현지에 파견된 정부 대표단은 이날 한글 공식 명칭을 '김장문화'로 급히 수정하고, 영문 명칭에 한국의 김장문화로 한정한다는 의미에서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추가했다. 위원회는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터키 커피 등 4개국 식문화 등재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는 '김장문화'를 포함해 각국의 '식(食)문화' 4건이 한꺼번에 등재됐다. 일본의 전통적 식문화 '와쇼쿠(和食), 전통적인 정월 음식 문화', 조지아(Georgia·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전통 와인 제조법', 터키의 '커피 문화와 전통'이다. 와쇼쿠는 '자연을 존중하는 일본인의 정신을 체현한 것으로, 식문화와 관련된 사회적 관습'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 사용, 자연의 아름다움과 계절 변화를 표현하는 장식, 정월 등 연중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역사가 6000년으로 추산되는 조지아의 독특한 와인 제조법도 이번에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됐다. 조지아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송이째 도기(크베브리 항아리)에 넣고 봉인해 와인을 만든다. 도기에 밀랍을 바르는 것도 특징. 여과하지 않고 커피를 끓여 마신 후 잔에 남는 찌꺼기로 운세를 맞히는 터키의 커피문화도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지정됐다.

◇각국, 식문화 등재 경쟁

음식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건 지난 2010년부터. 그해 프랑스·멕시코·지중해의 '음식 문화'가 한꺼번에 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각국의 '식문화' 등재 경쟁이 치열해졌다. '프랑스 사람들의 아름다운 식사'라는 명칭으로 등재된 프랑스 식문화는 그릇·숟가락·나이프·포크를 놓는 방식까지 포함됐다. 멕시코 전통 요리는 옥수수·콩·칠리 등 작물 재배 방식부터 식사 방법까지 포함된 것. 터키의 '케시켁'도 전통 음식 문화 전체를 인증받은 사례다. 케시켁은 결혼식과 할례 의식 등에 차려지는 전통 요리다.

하지만 2011년 조선왕조 궁중 음식처럼 '향유층이 넓지 않고 현대 한국 사회에서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등재에 실패한 예도 있다. '김장 문화'의 등재로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아리랑 등에 이어 총 16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