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22 10:35

어벤져스 영화 포스터
어벤져스 영화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촬영이 서울에서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한동안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의 여러 지역이 교통 통제되었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음에도 대한민국이 어벤져스2의 촬영에 비교적 너그러웠던 이유는 전작 <어벤져스>가 우리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어벤져스2>에서 첨단산업국가로 묘사된다면 국가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 촬영지를 관광 상품으로 알릴 수 있으며, 한국을 세계적으로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어벤져스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화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어벤져스> 출생의 비밀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경쟁의 판을 바꾼 16가지 중대한 결정들』(이동진 외4명 지음)을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DC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수많은 인기 캐릭터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마블이지만, 2001년 당시 마블의 주가는 1달러까지 떨어지면서 부도 위기에 시달리게 된다. 다행히 소니픽쳐스와의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2002년 개봉한 <스파이더맨>이 대성공을 거두며 마블도 재기에 성공한다.

스파이더맨 영화 포스터
스파이더맨 영화 포스터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장난감, 비디오 게임, 패션, 음식, 파티 아이템 등 다양한 라이센스를 제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마블은 라이센싱을 통해 별도의 투자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파이더맨을 영화화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제작사 소니픽쳐스는 영화를 통해 8억 2,000만 달러(한화 9,020억)를 벌어들이고, DVD 판매를 통해 700만 달러(77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정작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마블은 고작 2,500만 달러(275억 원)밖에 받지 못했다. 2004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파이더맨2>의 경우도 마블이 소니픽쳐스로부터 받은 금액은 1,000만 달러(110억 원)이 고작이다.

마블의 가장 인기 있는 영웅 중 한 명인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도 마블이 저작권을 소니픽쳐스에 판매했기 때문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성공으로 마블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마블은 캐릭터 라이센스 중심의 사업 모델을 유지할지, 리스크가 높은 영화 제작/배급 사업에 진출해야할지 고민하였다. 그런 와중에 <스파이더맨>시리즈가 소니픽쳐스에 돈뭉치를 안겨주는 걸 볼 때마다 마블의 상대적 박탈감은 높아져만 갔다. 결국 마블은 자체 영화 제작/배급 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블이 자체 제작한 첫 번째 영화가 바로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은 성공적이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마블의 주가를 상승시켰다. 뒤이어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퍼스트 어벤져 : 캡틴 아메리카>가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마블의 결정이 현명했음을 증명했다.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거칠 것 없이 히어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벤져스>는 마블의 6번째 자체 제작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어벤져스>는 마블의 대표적인 히어로들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영화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각기 다른 히어로들은 개별 영화에서는 500만 명을 넘지 못했으나, 6명의 히어로가 뭉친 영화 <어벤져스>는 관객 700만 명을 기록하며, ‘뭉치면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저자는 마블의 전략을 ‘트랜스미디어 전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각 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된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각 미디어 플랫폼에 맞게 서로 다른 스토리를 구성하되,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블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어벤져스> 이후 개봉한 <아이언맨3>는 전편(아이언맨2)에 비해 2배에 가까운 9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대한민국 히어로 영화 최다관객 기록을 세운다. 최근 상영 중인 <캡틴 아메리카 : 더 윈터 솔저> 또한 4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며, 전작(<퍼스트 어벤져>=51만 명) 대비 8배에 달하는 관객이 몰려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마블은 가만히 앉아서 영화 제작사에서 나눠주는 돈만 챙겨 모아도 상당히 안정적인 산업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도전하는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고위험 고수익인 영화 배급/제작 사업으로의 진출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캐릭터를 라이센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영화 산업에 뛰어든 것은 현재 마블을 성장시킨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다. 만약 마블이 스파이더맨의 영화 제작권을 소니픽쳐스에게 넘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블이 영화 산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언맨>은 영화로 나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경쟁의 판을 바꾼 16가지 중대한 결정들』에는 위에 소개한 마블 이야기 외에도 레드불, 레알 마드리드, P&G 등 16개 기업들의 고민과 이야기가 충실히 담겨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놀라운 결정’을 통해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