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천근같은 철봉, 만근같은 달리기

7월 하늘은 냄비 속에 구름을 끓이는 것 같다. 빗방울이 땅껍질만 적신다. 새벽마다 동네 중학교로 나가 운동장을 뛴다. 한 바퀴 반만 돌면 땀은 두 번째 치고, 근육의 통증은 세 번째 치고, 허파에서 빨대로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날이 더운 것은 두 번째다. 몸이 무거운 것도 첫 번째가 못 된다. 허파에서 드나드는 바람이 밸런스가 맞지를 않는다.

첫 주 내내 허파에서 피식거리는 소리는 어김없이 한 바퀴 반이면 반복이 된다. 담배도 전혀 태우지 않는 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숨이 차다면 담배를 태웠다면 더 숨이 가쁠까? 첫 주의 끝 무렵부터는 다리의 정강이뼈 주위에 통증이 심하다. 염증은 아니지만, BMI 정사 체중보다 한 몇 킬로 더 나가는 체중을 받쳐 주기에 그 부분 근육이 힘겨웠나 보다.

아픈 것도 모르게 아팠다. 정강이는 뼈가 압도적이다. 근육은 아마 소갈비나 돼지 갈비의 바짝 붙은 인대 부분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아프니 뛰기는 뛰어도 다리에 힘이 퍽 들어가지 않는다. 뒤에서 바람이 갑자기 불고, 땅이 물처럼 조금만 액화 상태로 0.1mm만 변해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이건 자전거 타기와 또 다르다. 자전거도 호흡이 중요하지만, 그 호흡은 페달링을 하는 호흡과 맞아 떨어지면 해결이 된다. 달리기할 때 통과해야 하는 호흡은 그것과는 달랐다. 다리를 달리자면 호흡을 해야 했고, 호흡하자면 허파가 들락날락 공기를 날라 줘야 한다.

그런데 그 공기를 마시는 기능이 내뱉는 기능과 밸런스가 맞지를 않는다. 자전거는 기어라도 있어 근력을 조정하며 숨을 고를 수나 있다. 아무리 달팽이같이 자전거가 가도, 페달링만 해나가면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으면 숨은 쉬고 있다는 증거다. 달리기는 호흡이 곧 달리기고, 달리기가 곧 호흡이다. 호흡에 문제가 생기면 몸은 달리기는커녕 심각한 상태거나 멈춰 서서 그 호흡의 밸런스를 맞춰야 했다.

이주 째 되니, 호흡이 조금 나아진다. 마(魔)의 한 바퀴 반이 너그러워진다. 몸이 열성을 들인 것을 아는 건지, 대지의 여신과 공기의 공포가 피식거리던 허파에서 서서히 밸런스를 잡아간다. 피식거리는 현상이 약해졌다. 정강이의 통증도 바르는 연고를 통해 통증이 가라앉는다.

이 달리기에 근력 운동을 섞어 본다. 학교에는 철봉이 낮은 순서부터 높은 단계로 나란히 병렬 배치되어 있다. 가장 낮은 데서 내 몸을 저울추로 삼고, 무게 중심으로 삼아 다양한 몸짓을 건다. 비틀고, 엮고, 당기고, 밀고, 매달리고, 들어 올리고, 팔을 엇갈려 몸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려본다.

평행봉은 부드럽게 10여 개를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철봉은 한 개도 못했다. 철봉은 등 근육이 발달해야 하기 쉽다는 검색을 보았다. 유튜브에 보니 미국의 청년들인데 거의 <철봉 고릴라> 수준이었다. 미남 미녀의 철봉 선수급들이었다. 나는 내 나름의 동작을 한 1주를 해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4번을 턱을 철봉 위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철봉 위의 세상과 철봉 아래의 세상은 똑같은 세상이다. 다만 철봉 위의 세상은 근육의 단련과 변형이라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번 주도 철봉 주변에서 땀을 쏟다 보면 4개가 8개로 변하는 철봉의 기적이 다시 일어날까 기대해 본다.

달리기는 운동장을 아름답게 다섯 바퀴를 입으로 코로 공기를 내쉬며 도는 정도다. 철봉은 4번을 내 몸을 들어 철봉 위에 올려놓았다. 잘 달린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잘 들어 올린다고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피천득은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보다 늦은 7월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숨을 쉰다. 움직이는 것은 생명이다. 잎새의 바쁜 물처럼, 아기 새의 삐악 거리는 소리처럼, 나는 허파 소리가 픽픽 나도록, 땀이 이마에서 쏟도록 철봉을 엿가락처럼 휘어 볼 것이다. 7월의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