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유럽으로 떠나는 색다른 여행, 러시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 국민 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는 중국(396만 명), 일본(245만 명), 태국(129만 명), 미국(123만 명), 필리핀(116만 명) 순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서 혹은 우리 교민이 많이 살고 있어서 오랫동안 여행지로 각광을 받아온 지역들이다. 이 같은 추세는 순위권을 조금 더 넓혀서 살펴보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위 안에 속한 지역 중 미주와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이라면 독일과 호주, 터키, 영국 정도가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전 세계 여행 가격비교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13년 한국인 해외 자유여행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새로운 여행지로서 급부상한 지역이 있으니 바로 크로아티아다. 2014년 크로아티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88% 급증했으며 도시 중에서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가 115%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 이유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올해 초 tvN에서 방영했던 ‘꽃보다 누나’의 촬영지가 바로 크로아티아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단순히 TV 프로그램의 인기 때문일까? 우리 국민이 익숙한 여행지가 아닌 낯선 여행지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휴가 일정을 정하기에 앞서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 하는 고민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았을 것이다. 유럽이나 남미로 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가 부담스럽고 가까운 아시아 지역을 떠올려보면 너무나 익숙해서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북한, 중국, 몽골, 우크라이나, 폴란드, 핀란드 등 동아시아부터 동유럽 및 북유럽까지 십여 개의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다. 그 덕분에 아시아부터 유럽까지의 실로 다양한 문화적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광활한 영토에 걸맞는 무궁무진한 볼거리들도 체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7~11시간 정도로 호주보다는 가깝고 동남아보다는 조금 먼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1월 1일부터는 한·러 비자 면제 협정에 의해 비자 발급 없이도 러시아 여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의 여행지 후보에 러시아가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혹시 여행지로서의 러시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시중에는 여행 관련 서적들이 넘쳐나지만 러시아 여행서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다. 몇 안 되는 러시아 여행서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또 다른 유럽을 만나다>는 대학 시절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만난 네 남자가 5년 후 사회인이 되어 다시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며 쓴 여행 에세이다. 이들 저자들이 강력 추천하는 러시아의 매력을 한번 살펴보자.

죽기 전에 꼭 타볼 것, 시베리아 횡단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철도 노선을 자랑한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철도의 길이는 무려 9288킬로미터로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거리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혹은 그 반대로 이동하는 동안 열차는 90여 개 도시를 가로지르며 꼬박 엿새를 달려 종착지에 도착한다. 그사이에 시간대만 일곱 번이나 바뀐다니 그야말로 지구에서 가장 긴 기찻길이라 할 만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동 시간이 긴 만큼 객실이 모두 침대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방형 객실인 6인실(플라츠카르타)과 칸막이가 있는 4인실(쿠페), 2인실(룩스)로 나뉘며 6인실이 가장 저렴하고 2인실이 가장 비싸다. 가는 동안 훈제 생선과 보드카 등 러시아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또 각기 다른 나라에서 모인 여행객들과 짧은 우정도 나눌 수 있다. 또한 한겨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면 끝도 없이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되는 흰눈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둔소, 에르미타주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러시아의 국립 박물관이자 세계 3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18세기에 예카테리나 2세 여왕이 왕실인 겨울궁전 옆에 작은 별궁을 지어 수집품을 보관하던 것이 그대로 오늘날의 미술관이 되었다. 당시 여왕은 이 작은 궁전을 종종 ‘에르미타주(Ermitage, 프랑스어로 은둔소라는 뜻)’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후 그 이름이 이곳의 정식 명칭으로 굳어졌다.

이곳에서는 예카테리나 2세가 직접 구입한 수천 점의 예술 작품들과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볼셰비키에 의해 몰수된 귀족들의 소장품까지 더해져 현재 총 300만 점의 예술품을 보관하고 있다. 가히 세계 최대 미술관이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은 규모다. 그래서인지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1분씩만 감상해도 모두 둘러보는 데 8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티스의 <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유명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러시아에 가면 꼭 먹어볼 것, 보르쉬와 샤슬릭

거대한 땅에서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역사를 만들어온 만큼 러시아의 음식 역시 여러 민족의 영향을 두루 받으며 발전해왔다. 러시아의 대표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르쉬’는 양파와 다양한 야채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기와 함께 끓인 것으로 한국 음식과 비교하자면 맵지 않은 김치찌개와 비슷하다. 자주색 혹은 핫핑크색을 띠고 있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먹어보면 해장국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느끼한 고기와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러시아의 두 번째 대표 음식은 ‘샤슬릭’이다. 양고기나 소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피망이나 토마토 등의 채소와 함께 길쭉한 쇠꼬챙이에 꽂아 구워 먹는 음식으로, 술안주로 꼬치구이를 즐겨 먹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러시아에서 젊은이들이 여행을 떠나면 샤슬릭을 잘 굽는 남자가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샤슬릭은 그 맛에서나 먹는 문화에서나 어느 모로 보아도 우리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그 밖에도 러시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은빛 자작나무 숲과 세계 최대 담수호 ‘바이칼 호수’를 둘러보는 자연 속의 여행도 좋고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러시아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여행도 좋다. 남들 다 가는 여행지에 질렸다면 혹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낯선 유럽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번에는 러시아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제공·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