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는 혼돈의 신전이다. 풍선처럼 옛 글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어떤 때는 마치 귀신을 본 것 같다. 무섭다는 게 아니라, 예상을 못 했다는 뜻이다. 조금 과장하면 인생의 봄에 쓴 글을 백발이 되고도, 봄날의 상대였던 그 사람과 같은 글을 통해 시공을 넘는 조우할 수도 있다. 딸각 키보드를 쳐서 일지, 눈을 깜빡여서 될지 미래 기술을 통해 지금의 글은 미래의 나나 다른 누구하고든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도 그렇지만 홀로그램 등 초현대적 기술은 언제든 상용될 것이다. 그때면 초혼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오래된 슈퍼맨 영화의 크리스털을 통한 조우 말이다. 글이나 영상의 원래 상대는 이미 가고 없어도, 남은 네트워크의 한 단편의 나나 그가 추억을 담다가 우연히 과거 지인들의 숨결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때는 정말 인걸은 간데없으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부르며 비가에 젖을지도 모르고, 때로 양지바른 카페에서 입가에 따뜻한 차를 한잔 들지 모른다. 그 따뜻한 차를 마신 뒤에 그는 생의 고갯길을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신선놀이에도 도낏자루는 썩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는 미국 중서부 평원에 출몰 뉴스에 나오는 듯한 거대한 회오리 같다. 평소 같으면 만나지 못할 선남선녀가 원칙적으로는 연결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내에서 시공간은 생생하게 저장된다. 소셜 네트워크 내 사람끼리 말의 향연도 하고, 아담하고 정겨운 감정이나 의견을 공유하기도 한다. 빈손으로 와도 그대로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떤 건축가는 사진을 즐긴다. 섬세한 감각으로 미묘한 흐름을 표현한다. 발품도 많이 파는 그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포착한 세계의 미동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직접 가는 것만은 못하지만, 인간의 감각을 대입하면 소셜 네트워크는 시공간이 압축된 그 순간과 가장 비슷하게 체험이 가능한 오솔길이다. 이보다 빠른 지름길은 직접 시간 품 발품을 팔아야 가능하기에 불가능하지 않을까?
파열음도 있다. 우선 가장 흔한 경우가 노소를 가리지 않고 ‘抗-화광동진’이 그거다. 다르면 언어폭력이 비스듬하게 여지없이 날아들거나, 관계 차단을 단지 하나 다르다는 논리성만으로 당한다. 거대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가 많은 사람은 그곳의 영주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의 반경은 친구 숫자로 결정되는 거 같다.
일상에서는 허용되지 못할 공기를 가를 욕설이 난무해도 그 세계 영주 영도 하에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의 세력권의 표시로 통용되는 걸 여러 차례 보았다. 그저 놀랍다. 일상의 공간과 다른 차원인 것은 분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처럼 말이다.
비밀의 창틈도 가끔 ‘득템’ 한다. 보통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재미난 장면이 순간 포착되기도 한다. 某 인사의 사무실에 어른 키만 한 고릴라 인형 같은 게 그런 거다. 기존의 재벌기업의 총수와는 어른으로서의 특성이 다른 게 눈길을 끈다. 사회의 한 층이 다른 층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관망 점이 될 수도 있다. 작은 관찰이 주는 재미는 마냥 작지만은 않다.
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목격되는 단층은 복잡하다. 간단한 약력이 기술되기도 하고, 그가 잘하는 강점이 소개되거나, 그가 올리는 글 올리기에서도 공유된다. 다채로운 가상의 공간에서 비용을 줄이고, 또 시간을 넘어 만남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도 야생 세계처럼 영역의 추세가 있다. 최근에는 10대들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텀블러로 이주한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주하는 기성세대를 피해 가는 것도 있겠고, 시각적인 면을 중시해 이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가끔 생각이 비슷하게 맞는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있다. 가령 이렇다. 나의 옷에 대한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옷은 날개요, 허물이요, 인간 성장의 탈피 과정이요, 또 하나의 진화요, 문명이 버리기 어려운 산물이다. 옷 위에 옷 없고, 옷 밑에 옷 없다. 옷은 문명의 꽃이요, 인간의 피부다.’ 그러면 난데없이 비슷한 시간대에 어떤 페이스북 친구가 옷에 대해 산뜻한 표현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옷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어떤 이가 한다. 절묘한 우연의 일치다. 아닌가?
소셜 네트워크로 오랜 친구를 찾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수세적인 방어 모드로 들어간다. 실망할 수밖에 없지만 나도 그러할지 모른다. 시간이 오래 지난 뒤 어느 날 이름만 그 사람인 그간 삶의 궤적에서 어떤 실체가 되었을지 모를 이가 나타나 연락하면 십중팔구 나도 그리할 것 같다. 다시 만남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닌 게 맞다.
이건 마치 1950년대 여의도 비행장에서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살러 간 청년이 한참 세월이 지난 백발이 성성해 잠시 귀국해 한글로 된 신문이나 책을 볼 때 한자도 안 쓰는 게 무슨 신문이고 책이냐 하는 현실과 등가일 지도 모른다. 아닐까?
조깅을 하다 우발적 사고를 당하고 깨진 낡은 스마트폰. 신형 스마트폰의 날개를 달자 소셜 네트워크는 날개 달린 신발이었다. 성별과 세대와 지역을 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신과 재능과 표현의 세계 속에서 말 그대로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유영해봤다.
그리스에 사는 어떤 분이 산토리니에서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에 담긴 바람 부는 날씨를 담은 자기 사진을 공유했다. 요새 한국은 꽃샘추위다. 그리스의 그것과 한국의 그것을 같게 여기고 춥겠다고 누군가 댓글을 단다. 그러면 그리스의 사진을 공유한 사람이 말한다. 산토리니의 이 바람은 세지만 따뜻한 바람이 상쾌하다고 말이다. 색다른 공감을 사람들은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없던 색다른 문명의 경험이 틀림없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