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

뮤지컬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공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비운의 공주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본인 남편 다케유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정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으로 포로처럼 끌려간 덕혜는 마음의 병을 얻어 딸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서 태어난 정혜는 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조센징이라고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받는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역사의 운명 앞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슬픈 이야기가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있다.

평범한 가족 이야기

뮤지컬 <덕혜옹주>의 프로듀서 권근용씨는 "덕혜가 왜 정신적 질환을 앓을 수 밖에 없었고, 정혜는 왜 실종되었는지, 그리고 다케유키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왜 지키지 못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덕혜옹주'를 관람한다면 메세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덕혜가 대한제국의 황녀가 아니고 단순히 그 시대를 산 여인이었다고 가정한다면 그저 평범한 가족이야기일 것이다. 일본인과 결혼한 조선인,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그녀의 딸. 뮤지컬 <덕혜옹주>에서 비춰지는 가족의 모습은 소통이 단절되고 왕따 이야기가 이슈가 되는 요즘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문화 가족이 늘어나고 왕따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며 가족간의 소통이 필요한 이 시대에 뮤지컬 <덕혜옹주>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가족과 주변을 함께 되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그녀의 이름은 문혜영
 
덕혜와 정혜의 1인 2역을 연기한 뮤지컬 배우 문혜영이 선보이는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다. 천진난만한 정혜의 어린아이 감성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다가도 덕혜의 비장한 어머니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특히 덕혜와 정혜가 정신병원에서 만나는 장면은 뮤지컬 <덕혜옹주>의 하이라이트다. 덕혜와 정혜를 순간 순간 오고 가며 완전 다른 발성, 다른 감성으로 노래하는 문혜영을 보고 있자면 두 사람이 노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진행되었고 문혜영은 제일 마지막에 등장했다. 문혜영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 모습에 관객들의 박수가 점점 커졌다. 그렇게 뮤지컬 <덕혜옹주>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