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3 09:57

3년여에 걸쳐 기획된 뮤지컬 <아리랑>이 7월 16일 LG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다. 야심 차게 준비한 대형 창작 뮤지컬로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공연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 천 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뮤지컬화 한 작품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끌릴 수 밖에…

12권의 장편 소설을 2시간 40분의 컴팩트한 작품으로 탄생시킨 고선웅 극작가는 극작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았다. 연극 <푸르른 날에>,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등으로 연출가의 정점에 선 그의 연출은 특유의 에너지 넘치면서도 감성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아리랑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배우 역시 뮤지컬계에서 소문난 실력파들로 캐스팅 되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은 서범석과 안재욱이 맡아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안재욱은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뮤지컬 <아리랑>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어지러운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양치성 역은 항상 선한 역을 연기했던 김우형과 카이가 출연해 새로운 악역에 도전하고 있다. 고난과 유린의 세월을 몸소 감내하는 구국 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맡아 한국여인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수국의 친구로서 수난의 나날들을 이겨내는 옥비 역은 국립창극단의 히로인 이소연이 출연하여 판소리와 뮤지컬 음악을 오가면 한국의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또 수국의 사랑 득보 역은 뮤지컬 <원스>의 주인공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창희와 연국배우 김병희가 출연하여 선한 한국남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배우 김성녀가 감골댁으로 출연하여 인고의 어머니상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승화시키고 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끌릴 수 밖에 없었다는 배우들은 뮤지컬 <아리랑>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각오로 무대를 오른다.


소설에서 뮤지컬까지

1990년 12월에 연재를 시작하여 1995년 8월 총 2만매의 대장정을 끝낸 대하 소설 <아리랑>. 총 12권을 출간함으로써 완간 되었고, 현재까지 천 만 독자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소설에서 뮤지컬로 새로운 생명을 얻는 <아리랑>을 보며 조정래 작가는 "우리 역사는 지울 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 된다. 식민 지배 하를 극복하고 살아냈던 그것이 바로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고 핵심이다. 뮤지컬로 다른 생명을 받은 <아리랑>을 통해 우리 국민이 응집되고 단결될 수 있길 소망한다. 민족적 증오와 울분에 공감하고, 우리 선조들의 힘든 인생사를 통해 눈물 흘리게 하는 그런 작품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설 <아리랑>의 조정래 작가(사진 오른쪽)와 뮤지컬 <아리랑>의 박명성 프로듀서.
▲소설 <아리랑>의 조정래 작가(사진 오른쪽)와 뮤지컬 <아리랑>의 박명성 프로듀서(사진 왼쪽).

뮤지컬 <아리랑>의 프로듀서 박명성은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우리의 아픈 과거를 한번은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기반 위에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다. 그래서 <아리랑>을 선택했다. <아리랑>이 바로 우리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진지하게 만들어간다면 이것이 세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침략부터 해방 기까지 다뤘던 방대한 원작과는 달리 뮤지컬 <아리랑>은 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으며 소설의 수백 명의 인물들은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필요한 만큼 소설에 없는 관계의 설정도 이루어졌다. <아리랑>을 각색한 고선웅은 “누군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면 그 영광은 내가 차지하고 싶었다. 심장이 더워지고 살갗이 바짝 돋는 뜨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설에 잘 담겨 진 미덕을 굳이 무대언어로 장황하게 바꾸기 보다는 무대 언어에 맞는 소설의 강점을 잘 살리려 노력했고 무엇보다도 원작이 가진 진정성은 놓치지 않으려 애 썼다.”고 각색의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아리랑>은 소설 <아리랑>을 읽지 않아도 한(恨)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대 위에 쏟아지는 소리와 절규가 관객들 가슴 속에 그대로 깊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