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마음속 깊숙히 젖어드는 음악 이야기

피아노 반주가 흘러나온다. 쭈뼛거리며 서있던 가이(톰 파슨스)는 피아노 반주에 이끌리 듯 Falling Slowly의 첫 소절을 부른다. 첫 소절부터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감미로운 가이의 음색이 무대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어 두 번째 소절은 걸(메간 리오든)이 갑자기 끼어들어 부른다. 걸의 목소리에 놀랐지만 가이는 금새 하모니를 이루면 함께 노래한다. 피아노 반주가 계속 반복되며 세 번째 소절로 넘어가지 않는다. 걸은 가이를 보며 기타를 연주하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잠시 고민하던 가이는 기타를 집어 들고 연주하면 세 번째 소절을 이어 부른다. 가이와 걸은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며 Falling Slowly를 끝마친다.

명곡들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다. 하지만 라이브로 듣는다면 어떨까? 콘서트나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함성 섞인 라이브가 아닌 어떤 잡음도 없는 조용한 공연장에서 듣는다면? 뮤지컬 원스 오리지널팀이 지난 9월 22일 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심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 원스의 OST로 삽입된 Falling Slowly를 비롯해 If You Want Me와 Gold 등 명곡들을 라이브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원스는 존 카니 감독의 동명 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한다. 진공청소기를 수리하며 거리의 기타 연주가로 살아가는 가이. 그리고 체코 이민자 걸. 음악은 이 둘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걸은 가이의 노래에 반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가이에게 음반을 녹음해 제대로 꿈도 찾고 떠난 연인도 되찾는 것을 도전하라 권한다. 서로 끌리는 마음은 있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음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얘기한다.

여타 뮤지컬처럼 화려한 안무와 오케스트라도 없다. 무대 또한 바뀌지 않고 조명과 간단한 집기들로 배경을 달리한다. 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꾸미는 소소한 무대는 생동감이 넘쳤다. 가이역을 맡은 톰 파슨스의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매력적인 보이스는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마 조연들의 코믹한 연기와 재치있는 번역이 가볍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해줘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원스는 Falling Slowly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뮤지컬 원스는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뮨의 (02)577-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