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간결하게 일상을 담아낸 線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남자, 버스에서 조는 학생,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손님과 계산하는 직원….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서양화가 서용선(65)에겐 작품 소재이고 영감이다. 스케치북과 펜만 있으면 된다. 작가는 빠르고 간결한 선을 그려 매 순간을 남긴다.

자신의 모습부터 일상까지 그림에 담은 서용선의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전이 10월 2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1980년대부터 올해까지 그린 그림 700여점으로 구성돼 있다. 드로잉은 연필이나 펜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그린다고 해 '완성작을 위한 밑그림'이라고 불리지만 서용선에게는 다르다. 그는 "일상과 생각을 끌어오는 행위로, 작가의 정신과 연결되는 가장 긴밀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다양한 재료로 그린 '자화상'에서 시작된다. 벽을 가득 채운 2007년도 자화상 39점이 눈에 띈다. 그림 속 그의 눈빛은 대중을 압도할 만큼 강렬하다. 그해 7월부터 9월까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검은색 물감으로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그렸다고 했다. 마고 신화를 그린 작품과 일상 풍경을 그린 '도시와 군상'도 있다. 라면 봉지와 과자 봉지, 전단 위에 그린 드로잉이 처음 나왔다. 손 가는 모든 것이 드로잉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이영주 큐레이터는 "드로잉은 회화나 설치 등 모든 예술 활동의 기초"라며 "완성작에선 느낄 수 없는 작가만의 사고(思考)와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02)760-4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