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동행… 책 속 100개 단어는 현대인 위한 '마늘과 쑥'"

어수선한 세상이다. 보통 사람들도 마음이 뒤숭숭하다. 이런 상황을 내다보기라도 했을까. 불교계 힐링 멘토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마가 스님(56·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이 "100일만 자신에게 투자하자"고 권하는 책을 펴냈다. '나를 바꾸는 100일'(휴출판사)이다.

"100일은 산술적으로는 짧아 보입니다. 그러나 단군신화를 보면 곰이 사람이 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질적(質的)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지요."

마가 스님은 2002년 공주 마곡사에서 다양한 주제의 템플스테이를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이혼자, 실직자, 구직자 등 참가자들을 자신이 처한 상황별로 따로 모아 속을 털어놓고 마음의 평화를 찾도록 해준 것.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스님은 대학 교양 강의 강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스님 주변엔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은? '그래도'"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산다" "참으면 병 되고, 폭발하면 죄 된다"…. '아재 개그' 같은 유머도 쉴 새 없이 던진다. 그러나 스님의 출가 전 삶은 괴로움의 바다였다. 그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딴살림을 차렸다. 그 바람에 그의 형과 누나의 최종 학력은 '국졸(國卒)'이었고, 늘 돈 걱정을 해야 했다. 그런 집안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복수심 키우는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20대 초반 강원도 오대산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다. '아버지 가슴에 대못 박아 평생 후회하며 살게 해주려' 했던 것. 다행히 월정사 스님에게 발견돼 살아났고, 방황 끝에 서울 도선사로 출가했다.

출가 후 선방(禪房)을 다니며 수행하면서 분노는 잊은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출가 후 10년쯤 흐른 어느 날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장좌불와(長坐不臥)한 염불선의 대가 청화 스님을 친견했다. 3배(拜)를 올리는 그를 맞절로 맞은 청화 스님은 물끄러미 바라보며 딱 한마디 물었다. "자네는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는가?" 털어내지 못한 분노를 읽은 것. 마가 스님은 그 순간 "숨이 막혔다"고 회상했다. 청화 스님 곁에서 한 달 반을 머물렀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눈물이 쏟아졌다. 다시 친견한 청화 스님은 "됐다. 이젠 밖에서 멋지게 살아라" 했다. 마가 스님은 "청화 스님은 내 안에 있던 자비의 마음을 보게 해 주신 것"이라며 "공부 중 최고의 공부는 미움을 고마움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 이후로 마가 스님은 자비의 마음을 일깨우는 일에 앞장서왔다. 이번에 펴낸 '나를 바꾸는 100일'은 10여년간 그가 펴온 자비 명상 교육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 현대인들이 스스로 점검하면서 마음공부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자습서'다. 스님 표현대로 하면 "현대인에게 드리는 마늘과 쑥"이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100일 동안 먹었던 양식이다. 책엔 단어 100개가 나열된다. '웃음' '동행' '다 함께' '경청' 그리고 '환희' 등이다. 그는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를 제 머리에 끼고 스스로 발음했을 때 안정적인 뇌파가 나오는 단어들을 고른 것"이라며 "매일 아침 이 단어들을 읊조리기만 해도 긍정 에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하루 1000원 이상 보시도 권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100일 동안 모은 것을 보시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매일 복 짓는 씨앗을 뿌리자는 권유다. 혼자 자습하다 막히는 이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www.jurira.net)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100newstart)도 마련했다. 카페 이름이 '주리라'인 이유를 물었다. "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