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동료 가족 지킨 '빨간 마후라'

올해의 '탑건'(Top Gun·공군 최우수 조종사)으로 11전투비행단 102전투비행대대 소속 F-15K 조종사인 김학선(36·공사 51기) 소령이 선정됐다. 그는 지난 10월 열린 '2016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전투기 개인 부문에서 1000점 만점에 995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8일 공군에 따르면 이번 대회 전투기 부문에는 전국 21개 비행대대에서 내로라하는 전투기 조종사 150여 명이 출전해 평소 갈고닦은 비행·사격 기량을 겨뤘다. 특히 김 소령은 목표물에 폭탄을 투하한 뒤 불시에 등장하는 가상 적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비계획 표적 공격 및 근거리 공대공' 종목에서 유일하게 만점(300점)을 받으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6㎞ 상공에서 반경 4m의 지상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사격술도 선보였다.

김 소령은 "편조원들과 대대 종합우승을 목표로 노력했는데 탑건이라는 영광까지 안았다"며 "나만 '탑건'으로 선발된 것이 미안하고 우리 편조원들 모두가 탑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3년 임관한 김 소령은 2005년 10전투비행단에 배속돼 F-5 조종간을 잡았다. 2007년 9월부터 11전투비행단에서 F-15K를 몰고 있으며 현재 102대대에서 후배 조종사들을 양성하는 교관 조종사로 근무 중이다. 김 소령의 비행시간은 F-15K 1300여 시간을 포함해 총 1800시간이 넘는다.

김 소령은 2012년 러시아 전술정찰기 SU-24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을 때 비상 출격한 파일럿이다. 그는 "실제 작전 상황으로 8분 만에 이륙해 영공 침범에 대응하는 임무였다"며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떨린다"고 했다. 2010년 2월에는 임무 수행 도중 전투기 한쪽 엔진이 꺼지는 비상 상황을 맞았지만 침착하게 기지로 귀환해 '웰던(Well Done)상'을 받기도 했다.

김 소령은 이번 대회 상금 150만원을 순직한 공군 조종사 유자녀를 돕기 위해 설립된 공군의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동료 조종사들이 순직할 때 가장 힘들다. 순직 조종사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 어린 자녀가 있거나 신혼부부인 경우가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잊지 않고 가족들을 돕는 의미에서 상금을 재단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공군 선배인 고(故) 임택순 대위가 남겼다는 '사생유명 부족론, 남아종용 왕대공(死生有命 不足論, 男兒從容 往大空)'이 김 소령의 좌우명이다. 그는 "'삶과 죽음은 명에 달려있으니 논할 필요가 없다. 사나이 조용하게 큰 하늘을 향해 나아가리다'란 뜻"이라며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의지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했다. 김 소령은 9일 경기도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