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産 '스크린X'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

"LA에서 처음 봤을 때 이거다 싶었죠. 나도 모르게 '오, 멋진걸!' 했다니까요."

최근 방한한 할리우드의 신예 영화 제작자 알렉스 긴즈버그〈사진〉는 극장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한국산 특수 상영관 형식 '스크린X' 포맷으로 영화 '위 킬 데스(We Kill Death)'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영화는 고층 빌딩 최상층부에 닥친 재난으로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기획 단계부터 국산 특수 상영관 포맷이 적용돼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즈버그는 제니퍼 애니스턴 주연의 '라이프 오브 크라임'(2013), 1인칭 시점의 실험적 액션 영화 '하드코어 헨리'(2016) 등을 제작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내년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극장에 앉은 관객들이 고층 빌딩에 직접 올라간 듯 아찔함을 느끼게 할 방식을 찾고 있었어요. 관객 주변 270도를 둘러싸는 특수 상영관 형식이 있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 궁금해서 몸이 달았고 직접 보니 낚싯바늘에 걸린 듯 빠져나올 수 없더군요." 감독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008)와 '요기 베어'(2010)로 각각 1억달러를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둔 에릭 브레비그. '토탈리콜'(2012)로 오스카 특수효과상도 받은 특수효과 전문가다.

'스크린X'는 KAIST와 CJ CGV가 개발하고 한국 기술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만들어낸 토종 특수 상영관 형식이다. 3D나 가상현실(VR) 형식의 전용 고글처럼 거추장스러운 추가 장비 없이 몰입도 높은 영화 체험을 제공한다. 예컨대 영화 '히말라야'에서 주인공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면 좌우 벽면에 히말라야산맥이 펼쳐지고 '부산행' 배우들이 KTX 열차에 뛰어들 때는 주변에서 좀비들이 달려드는 식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107개 관이 설치돼 있다.

긴즈버그는 "'위 킬 데스'의 스크린X 버전은 몰입감의 차원이 다른 영화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한 번 보면 눈앞의 스크린에만 비치는 일반 영화가 시시하게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