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체감실업률 22%… 올해가 더 힘들다

    입력 : 2017.01.11 23:28

    ['일자리 빙하기' 현실로]

    - 실업자 100만 시대
    제조업 취업자 처음 마이너스로… 자영업자 늘어난 것도 적신호

    - 정부 통계 고용률은 66.1% 최고?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온 60대 이상 장년층 때문에 착시

    경남 사천의 한 조선소에서 15년간 일한 최모(43)씨는 작년 9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선박 수주가 막히자 회사가 희망퇴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다른 조선소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이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다섯 식구가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비정규직 자리를 구한 동료들은 일당이 반 토막 났고, 대부분은 나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는 신세"라고 말했다.

    최씨는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 한국 고용시장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역대 최대인 101만2000명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7%로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3.7%)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제조업 타격 크고, 자영업자 다시 늘어

    그동안 고용을 이끌어온 조선 등 제조업 취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5년 15만6000명 늘었지만 지난해엔 5000명이 줄었다. 조선 등 제조업체가 몰린 울산 지역의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전체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근로자들이 무방비로 대량 실업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가하는 실업자 외
    구조조정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은 다시 자영업으로 내몰렸다. 2015년 과당 경쟁으로 줄줄이 가게 문을 닫았던 자영업자(8만9000명 감소)는 지난해 다시 7000명 늘었다. 작년 8월 이후 매달 자영업자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영세한 '나홀로 자영업자'였다. 2015년 12만명이나 줄었던 나홀로 자영업자는 지난해 2만7000명 늘었다.

    지난해엔 경기 불황 등으로 도·소매업 취업자도 5만4000명이 줄었다. 취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분야는 공공기관 등이 채용 인원을 늘린 공공부문뿐이었다.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

    고용시장에서 청년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9.8%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에 달했다.

    실제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공식 통계는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했고 즉시 취업이 가능한 청년만을 실업자로 본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체감 실업률'을 구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2%까지 뛴다. 10명 중 2명 이상이 실업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엔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으로 추가로 더 일하고 싶은 청년과 구직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선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6월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쉬고 있는 '니트족'과 비자발적인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34.2%가 실업자라고 분석했다.

    이날 통계청은 "고용률(15~64세)은 사상 최고인 66.1%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는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온 60대 이상 장년층과 여성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통계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가 더 걱정… 고용 한파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 심리가 위축된 올해에 더 큰 고용 한파가 밀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난은 소비 심리 위축과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져 다시 고용난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만2000여명(협력사 포함)을 내보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2000명을 더 줄일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1500여명을 내보낸 데 이어 2018년까지 3000명 정도 추가 감원이 예고된 상태이다.

    정부도 올해 고용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6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하고 일자리 예산의 30% 이상을 1분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신규 취업자 수를 지난해(29만9000명)보다도 4만여명이 적은 26만명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현재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전자 업종 정도에 불과하다"며 "일자리를 만들어낼 새로운 동력을 빨리 찾지 못하면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고용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무역이 작년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여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약간 개선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작년 연말부터 수출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며 "고용 사정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