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아프리카 모로코를 가다

    입력 : 2017.02.24 09:52

    [스페인-포르투갈 답사기] [8] 모로코(Morocco)

    스페인, 포르투칼을 거쳐 모나코로 넘어갔다. 여행 일주일만이다. 물론 2박 2일에 불과한 짧은 일정이지만 잠시 모로코를 들렀다가 다시 스페인 여행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아프리카는 처음인지라 작은 셀레임을 느끼면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지브롤터해협은 페리를 타고 1~2시간이면 건너간다.


    화이트 아프리카 모로코 (Morocco)

    모로코를 일컬어 화이트 아프리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 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흑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랄까 좀 특이한데 조금 거무튀튀한 피부색에 동남아나 인도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슬람 국가인데 그다지 강력한 통제를 하지는 않는지 특히 여성들이 히잡이나 부르카를 착용한 모습을 보기 힘들다. 전체적으로는 국민소득이 낮고 교육문화 수준이 낮은 나라로 보인다.

    모로코로 가기 위해서는 지브롤터로 가서 페리를 타고 건너가는데 선상에서 '선내입국' 절차를 밟는다. 출발 후 1시간 남짓하면 모로코에 도착하지만 1시간의 시차가 있어 모로코 탕헤르에 내리니 여전히 그 시간이다. 우리는 저녁 9시경 밤배를 타고 건넜다.

    지브롤터 해협을 페리를 타고 건너가 모로코의 페스, 카사블랑카, 수도 라바트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스페인의 끄트머리 지브롤터는 영국령이며 군사적으로 지중해를 통제하는데 매우 유리한 선점으로 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작은 산 위에는 레이다나 통신중계소쯤으로 보이는 시설이 있고 지상에는 소규모 활주로와 기지급 시설이 있는듯하다. 무비자로 들어가 볼 수 있지만, 스탬프도 찍어주지 않는 잠재적 영국 영토이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1박 후 옛 수도 '페스(Fes)'로 향하였다. 이곳에서는 50만 명이 모여 산다는 구시가지의 시장 골목 투어를 하는데 별도로 미로 같은 골목만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끝없이 이어지고 꺾어지며 연결되는 시장 골목은 정말이지 한번 길을 잃으면 도저히 찾아 나오기 힘들어 보였으며 그 시장의 한가운데에 천 년 묵은 가죽 염색공장이 있었다. 가죽판매가 목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관광코스가 된듯하다. 모로코 가죽의 명성이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페스 구시가지 시장 골목들. 많은 사람과 장사꾼, 관광객이 엉켜서 조금만 한눈을 팔면 일행과 떨어지기 일쑤다.

    몇 번이나 꺽어들고 오르내렸는지 모른다. 어느 상점에 들어서서 3~4층쯤 올라가서 창 밖을 내다보니 발아래가 바로 염색공장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지 잘 식별이 안 되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하나하나가 염색하는 작은 pool인데 각기 다른 색깔인듯하며 인부들이 분주히 가죽을 나르고 담그며 작업하는 중이었다. 전체를 살펴보니 하나의 큰 그림처럼 조화롭고 신비해 보인다.

    모로코의 옛 수도 페스에서 구시가지의 골목시장 염색공장을 둘러본 후 카사블랑카로 향하였다. 1942년에 제작된 영화 제목으로 유명한 카사블랑카. 서구인들에게 사막의 로맨스로 기억되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영화 카사블랑카는 사실상 현지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기에 영화에 나오는 카페는 그곳에 없다. 그런데 많은 관광객이 카사블랑카에 들르면 카페를 찾는 바람에 나중에 만들었다고 하니 세월은 흐르고 추억만 남은 곳이 카사블랑카인듯하다.

    영화에 나오는 카페를 뒤늦게 카사블랑카 현지에 만들어 놓았다. 밤늦게 지나가면서 차창 밖으로 본 모습이다.

    페스는 옛 수도이고 라바트가 현 수도라면 카사블랑카는 경제의 중심지이다.

    원래 해적들이 머물면서 지나가는 기독교인 배들을 습격하자 포르투칼이 점령하여 1515년 새 도시를 건설하고 '하얀 집'이라는 뜻의 카사블랑카로 명명하였다. 1755년 대지진을 겪은 후 복구를 거쳐 스페인 등 유럽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특히 프랑스인이 월등히 많아지자 카사블랑카는 불어로 메종 블랑슈(하얀 집)로 불리기도 하였다.

    이후 프랑스에 점령되어 프랑스 보호령으로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제1의 항구도시가 되었으며,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여 경제도시로 불린다.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모로코는 1961년 하산 2세가 즉위하여 강력한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이슬람 국가이다.

    이곳에는 하산 2세의 대사원이 있는데 국왕이 국민의 성금을 모아 1987~1993년간 완성한 모스크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에 있는 모스크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이다. 약 6,000평의 대지 위에 건축되어 2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으며 높이는 200m에 달하여 모스크 중 가장 높은 기록을 갖고 있다.

    대하산 사원 야경.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는 모하멧 5세를 모신 왕릉을 찾아보았다.

    수도를 페스에서 라바트로 옮긴 모하멧 5세는 프랑스로부터 모로코의 독립을 적극 쟁취해 낸 인물이며 현재의 국왕 모하멧 6세의 조부가 되는 사람이다. 성지(聖地)로 추앙받는 왕릉은 거대한 모스크를 짓다 만 곳에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카사블랑카에서 수도 라바트로 가는 길은 대서양 해안가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작은 등대가 보인다.
    그 뒤편을 바라보니 거대한 담장 안으로 무언가 조밀하게 모여있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공동묘지다.
    모하멧 5세의 왕릉. 1967년 완공된 모로코 판 타지마할이다. 왕릉 안에는 현 국왕의 조부 모하멧 5세(중앙)와 부친(좌측), 그리고 숙부(우측) 3명의 관이 놓여 있는데 왕비는 어디에 모셨는지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왕릉이 있는 이곳은 거대한 모스크를 지으려다가 지진으로 중단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높이 40m의 하산탑도 쌓다가 중단한 것이며 주변에는 300개 남짓한 돌기둥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미완성인 채 발굴 중인 유적처럼 남아있고 그런대로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2박 2일 일정으로 돌아본 모로코. 옛 수도 페스와 경제수도 카사블랑카 그리고 현재 수도 라바트를 숨 가쁘게 돌아보고 다시 페리를 타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페리 뒤편으로 보이는 곳이 스페인이다.

    사하라를 국가로 인정한 것에 불만을 품고 아프리카 연합을 탈퇴한 모로코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였다. 많은 국민이 해협으로 건너 유럽에서 하층민으로 생활하는 모로코로서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럽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