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 현장] 고흐와 샤갈 만나는 기차역 미술관

    입력 : 2017.03.20 03:03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

    승객 지나다니는 공간에 마련… 군데군데 깨진 벽돌 고스란히
    주변 미술관과 공통 입장권도

    르누아르의 '샘 옆의 여인', 고갱의 '퐁타방 근처 풍경', 고흐의 농부 연작 중 하나인 '눈밭에서 땔감 모으는 사람들'…. 인상파 대전(大展) 출품작 목록이 아니다. 작년 가을 일본 도쿄역 미술관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에 걸렸던 작품들이다. 전시회에선 일본 근대 화가들의 그림도 함께 전시해 서구 거장들이 일본에 미친 영향을 헤아리게 했다. 도쿄 역사 안에 자리잡은 이 미술관은 그저그런 '인테리어용' 작품이 아니라, 인상파 같은 블록버스터 작품을 선보이는 본격적인 전시 공간이다.

    지난 7일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에서‘패러디, 이중의 소리’전을 관람하는 이용객들.
    지난 7일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에서‘패러디, 이중의 소리’전을 관람하는 이용객들. 옛 도쿄역의 빨간 벽돌로 된 벽을 그대로 살려 작품을 전시했다. /채민기 기자
    현재는 1970년대 일본 문화 전반에서 유행한 패러디 기법을 살펴보는 기획전 '패러디, 이중의 소리'전(展)이 열리고 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동화책 삽화처럼 패러디하거나 찰리 채플린을 지하철 '쩍벌남'(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남자)으로 묘사한 공익광고 포스터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가을에는 '마르크 샤갈―삼차원의 세계'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3층 전시실은 여느 미술관처럼 벽이 흰색이지만, 2층에는 빨간 벽돌 벽에 작품이 걸려 있다. 1945년 연합군 공습에 무너진 뒤 임시 복구했던 역사(驛舍) 3층과 지붕을 복원하면서 2층 이하의 옛 벽은 그대로 남겨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벽돌이 군데군데 깨진 모습까지 그대로다.

    이 미술관은 '기차역을 단순 교통시설이 아니라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1988년 개관했다. 도쿄역 복원 공사가 시작된 2006년 임시 휴관했다가 2012년 다시 문을 열었다. 같은 해 우리나라도 옛 서울역 역사를 '문화역서울 284'로 복원했지만,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는 승객이 실제로 지나다니는 공간에 문화 시설을 마련했다는 차이가 있다. 갤러리가 자리 잡은 구(舊) 역사 북쪽 출입구는 선로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통행로가 있어 종일 인파로 붐빈다. 도쿄 중심지인 도쿄역 일대 마루노우치 지역에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인근 미쓰이(三井) 기념미술관, 미쓰비시(三菱) 1호관 미술관, 이데미쓰(出光)미술관을 연간 1회 관람할 수 있는 공통 입장권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