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24년 차 직장인의 삶과 고뇌

    입력 : 2017.03.20 15:50

    20년 전만 하더라도 정규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은 아니었다. 80년대 중반에는 민주화의 열풍으로 연일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대학생 데모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에서의 정상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출석은 고사하고 학교 정문에도 들어가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한 시절을 겪고 마침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취직을 했다. 지금처럼 취업하기 위해 휴학을 한다거나 취업 재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느끼겠지만, 학생 시절과 직장인의 생활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긴 세월의 직장생활에서 고뇌를 한번 되짚어 본다. 회사의 형태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직장생활은 다람쥐 쳇바퀴의 삶과 거의 유사하다. 아침에 회사 도착 후, 회사에서의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고 잔여 업무를 마무리하고 8시 퇴근.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직장인의 삶의 형태라고 본다.

    사진=조선일보DB

    직장생활 3년 차가 되면 이런 반복적인 삶이 과연 바르게 사는 길인가를 고민하며 퇴사를 고려한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면서 10년을 버틴다. 10년째 되면 또다시 과연 이게 나의 삶인가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를 또 고민하게 된다.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기에는 본인이 받는 월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별다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현실에 안주하면서 회사 일에 매진한다. 그러다 보면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어느덧 20년 차에 접어든다.

    나이 50에 현재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고 사업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사업에 실패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경제적 기반을 한 번에 잃을 수 있기에 감히 용기를 낼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뒤늦게 철든다고 젊은 시절에 그토록 다니기 싫었던 직장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직장이 이제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나이 든 직장인은 회사 입장에선 큰 비용을 내고 그 지급된 비용만큼 성과를 기대할 수 없기에 명예퇴직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조기 퇴직을 권유하는 것이 요즈음 직장의 현실이다.

    10년만 다니고 그만두겠다는 직장을 이제 20년 넘게 다니면서 한편으론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한편으론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직장인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