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홍의 맛집] 신촌 쌀국수 미분당(米粉堂)

서울의 웬만한 맛집 골목이나 빌딩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베트남 식당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다.

미분당(米粉堂)은 대학가인 신촌 로터리 인근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으로 진한 고기 국물과 푸짐한 고기 그리고 입안에 빨려 들어오는 매끈한 쌀국수로 유명하다. 신촌 일대의 대학생들과 홍대 주변을 찾는 젊은 손님의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은 신촌 2호점 그리고 대학로와 홍대, 건대 등 5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식당은 베트남 식당을 표방하지만, 상호에서 짐작하듯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쌀국수를 내놓고 있다. 미분당(米粉堂)의 쌀국수는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아 쌀국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거부감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식탁에 비치된 해선장소스나 핫소스, 그리고 손님이 원하면 푸짐하게 제공되는 고수를 넣어 먹으면 베트남 쌀국수의 이국적인 맛이 되살아나 각자의 취향에 맞게 쌀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미분당(米粉堂)의 쌀국수 메뉴 중 가장 비싼 ‘차돌, 양지, 힘줄 쌀국수’는 이름처럼 모든 종류의 고기가 들어가는 이 식당 최고 인기 메뉴로 힘줄이나 차돌이 큼직큼직하게 고명으로 얹어 나와 보기에도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 서울 시내의 쌀국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쌀국수 한 그릇에 10,000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격을 고려하면 9,500원이라는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이라 할 수 있다.

차돌, 양지, 힘줄을 넣어 우린 육수는 동남아의 전통 향신료가 아닌 인삼과 흑마늘로 잡냄새를 잡아 마치 잘 끓인 소고깃국을 연상시키는데, 맑고 평범해 보이는 육수는 보기보다는 진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국물은 소스를 넣지 않고 먹으면 고소한 육향이 기분 좋을 정도로 진하게 느껴지니 처음엔 소스 없이 원래 육수의 맛을 느끼며 먹다가 반쯤 남았을 때 소스를 넣어 감칠맛과 얼큰한 국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힘줄이나 차돌박이보다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적어 깔끔한 맛을 내는 ‘양지 쌀국수’는 육개장 조리법과 같이 고기의 결을 따라 손으로 찢어 낸 양지가 그릇 위로 제법 수북하게 쌓여 있다. 넉넉하게 들어간 채를 썬 대파와 청양고추가 함께 어울려 담백하면서 깔끔한 뒷맛을 보여준다.

이 식당은 대학가의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영업 하다 보니 음식의 양(量)에 대해 후한 편인데, 단무지나 절인 양파 같은 반찬은 물론 쌀국수 면이나 국물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바쁜 시간이 아니라면 손님의 상태를 미리 체크한 종업원이 리필 여부를 먼저 물어 보기도 하니 부족하면 부담 없이 얘기하면 된다.

미분당은 일본 라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권판매기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식당 입구에 있는 식권 판매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결제 후 순서에 따라 식당에 입장해서 종업원에게 식권을 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실내는 사진과 같이 주방을 둘러싼 15개의 좌석이 전부인데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까지 있어 식사 시간에는 항시 긴 대기 줄이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할 것을 권한다.

미분당(米粉堂)은 “누구나 조용하고 평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주인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문구가 식당 안 곳곳에 붙어 있는데 실제로 손님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대화를 나누면 주인에게 제지당하기도 한다니 유의하기 바란다. 이렇게 대화가 조심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 안이 도서관에 온 듯 낯선 적막감이 들기도 하니 이런 분위기를 못 참는 성격이라면 방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미분당 (米粉堂)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다길 35 (지번 :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72-23)
전화 : 02-3141-0807
영업시간 : 11:00 ~21:00 (15:00~17:00 휴식시간)
메뉴 : 양지 쌀국수 8,000원, 차돌, 양지, 힘줄 쌀국수 9,500원, 해산물 쌀국수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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