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 여행 에세이] [1] 두바이에서의 실망

    입력 : 2017.04.20 14:54

    내가 두바이를 가기로 한 것은 순전히 꽃할배의 배낭여행 탓이다. 그곳에 나오는 화려하고 멋진 풍경은 내 호기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달리고 달려도 끝나지 않는 지평선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진 곳.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겐 신비로움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그곳에 지구 상의 최고의 기술들을 모아 도시를 세우다니 그야말로 신(新) 아라비안 나이트가 아닌가? 누가 뭐라 해도 내 눈으로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곳에 가야 했다.

    공항 밖으로 나서니 메마르고 건조한 공기가 폐 속까지 스며들었다. 미세 먼지가 자욱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독한 황사가 왔을 때랑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가이드는 이쯤이면 오늘은 좋은 날씨란다. 그 뿌연 미세먼지 속을 버스를 타고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로 달린다. 군데군데 야자나무들이 인공적으로 급수되는 물에 의해 자라고 있다.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이 나무 한 그루 기르려면 1억이 든다 하니 참 비싼 나무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건물들이 특이하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건물들이 같은 건물이 단 하나도 없다. 이곳 두바이에서는 모양이 같은 건물은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온갖 상상력이 총동원된 건물들이 이곳이 신(新) 아라비안나이트 속 두바이임을 알린다.

    버스는 부르즈 칼리파 앞에 도착했다. 두바이에서 제일 높다는 부르즈 칼리파다. 아니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건물이다.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828m다. 우리나라 잠실 롯데 타워가 555m니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하다. 내 관심사는 오직 빨리 이 건물 위에 올라가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사진=조선일보DB

    124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층수야 총 154층이지만 전망대는 124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전망대로 나가니 훅하고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고 들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안 그래도 뜨거운 사막인데 더 뜨겁다. 그래도 그게 뭐 대수냐 싶어 창밖을 내려다본다. 황량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내려다본다. 두 번 세 번 내려다봐도 황량한 사막 위에 그냥 공사판이다. 환상은 신기루였다. 사방팔방이 온통 공사 중이었다. 아무리 건물 하나하나가 다 특색이 있고 대단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이 풍경을 보겠다고 8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었는데 펼쳐진 풍경 앞에 배가 아프다. 아마도 우린 사막 한가운데 푸르른 오아시스를 꿈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망대에 올라 실망을 하건 말건 두바이는 이제 중동의 아이콘이다. 두바이의 CEO라고 불리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7개 연합국인 아랍에미리트 속의 두바이 통치자다. 젊은 그는 온갖 아이디어와 상상력, 그리고 강력한 리더쉽으로 오늘날의 두바이를 만들어 가고 있다. 땅만 파면 나온다는 석유가 언젠가는 떨어질 때를 대비해 미래의 두바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는 국민 후손들을 위해 100년이 넘는 두바이의 내일과 비젼을 제시하며 실천해 나가고 있다. 황량한 사막 위에다 하늘과 바다와 땅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는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며 각종 규제를 없애고 세계 최고의 국가로 탈바꿈시키고 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두바이는 실망이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면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