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계의 사관학교'… 스타트업 1515개 키웠다

    입력 : 2017.04.20 22:41

    [청년창업사관학교 5곳 맹활약]

    - 졸업생 창업 생존율 83%
    기술·특허·마케팅·판로 개척… 전문가들이 120시간 교육 제공

    - 대기업 출신·한의사도 몰려
    수업 나태하면 불호령 떨어져
    성과에 따라 팀당 최대 2억 지원

    현대자동차 차체설계팀 연구원으로 일하던 김구현(43)씨는 2011년 사표를 내고 보행자 충돌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 아이탑스오토모티브를 차렸다. 동료 2명과 함께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하는 순간 자동차 보닛이 6㎝가량 위로 올라와 충돌을 완화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13일 오후 스타트업 대표 60여명이 법무사로부터 매출 채권, 부실 채권 관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과외 선생님처럼 꼼꼼하게…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13일 오후 스타트업 대표 60여명이 법무사로부터 매출 채권, 부실 채권 관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스타트업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창업 전 과정을 철저히 교육하고 평가한다. 그 결과 2011~2016년 이 학교가 육성한 스타트업들의 창업 생존율은 83.1%에 달한다. /고운호 기자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기술 개발, 시제품 제작, 마케팅, 판로 개척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창업 이듬해 김씨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문을 두드렸다. 이곳에서 1년간 창업 자금을 지원받았고 100시간이 넘는 경영 수업도 들었다. 기초가 없어 헐거웠던 회사의 기반이 단단해졌다. 졸업 후에도 창업사관학교가 5년간 사후 관리를 해줬다. 이 회사의 매출은 창업 첫해 2900만원에서 지난해 22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씨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마치 과외 선생님처럼 꼼꼼하게 가르쳐준 덕분에 회사가 반석 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창업계의 서울대' 창업사관학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창업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6년간 경기도 안산, 충남 천안, 광주광역시, 경북 경산, 경남 창원 등 전국 5곳에 있는 창업사관학교가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 1515개를 육성했다. 이곳을 거쳐 간 스타트업들은 누적 매출 7210억원을 올렸고 일자리 5000여 개를 만들었다. 창업 생존율은 83.1%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창업 3년 이후 국내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38%였다. 이곳에서는 창업 실패자, 대기업 출신, 연구원 출신, 한의사, 대학생, 고등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차려 교육을 받고 있다. 성과에 따라 연간 팀당 7000만~1억원, 최대 2년간 2억원을 지원받는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성과
    성공 비결은 철저한 스파르타식 교육이다.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 또는 예비창업자에게 재무 관리, 마케팅, 투자 유치, 판로 개척 등 창업 전반에 관한 120시간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 13일 찾은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는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 60여 명이 법무사로부터 3시간 동안 매출채권·부실채권 관리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기술·특허·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담임 교사처럼 입주 스타트업에 달라붙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죽는 사고) 방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김호겸(37) 포어스 대표는 "강사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혼낼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창업지원팀장은 "긴장하지 않거나 나태해져 실패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누구나 들어올 수는 없다.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입학 전 교육' 과정 대상자를 우선 추린다. 이 교육이 끝난 뒤 사업성, 성장 가능성 등을 심사해 최종 입교자를 선발한다. 입학 전 교육 대신 서류 심사를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입교 후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수업 출석 여부, 교육 태도, 사업 계획 진행 상황 등을 세 차례 평가해 기준에 미달한 스타트업은 곧바로 퇴교 조치한다. 지난 6년간 165개 업체가 쫓겨났다. 올해 입교한 도현아 하비박스 대표는 "입교도 어렵지만 교육받는 과정도 힘들어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창업계의 서울대'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 잇따르자 입교 지원자 몰려

    이 학교를 거치며 제법 성과를 내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환자식 제조업체 힐링메뉴의 현건호(36) 대표는 2013년 인천에서 동업자 2명과 함께 자금 5000만원을 모아 창업했다. 현씨는 "전역 직후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환자식이 너무 부실하다고 느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식품 개발, 안전성 검증, 마케팅, 특허 등록 등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 매출은 2015년 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3억원으로 늘었다. 한양대 4학년생 최지은(23)씨는 지난해 7월 팝몬스터를 설립하고 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 회사는 기업들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광고를 제작하고 광고비 일부는 대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에 광고를 맡기는 기업이 현재 200여 개에 달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입교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집 정원 324명에 1328명이 지원(경쟁률 4.1:1)했다. 올해는 상반기 450명으로 모집 인원을 늘렸는데도 2106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68:1로 더 높아졌다. 하반기에 50명을 추가로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