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빈틈 많은 센 언니, 사랑스럽지 않나요?

    입력 : 2017.04.21 03:01 | 수정 : 2017.04.21 16:36

    [KBS2 '아버지가 이상해' 이유리]

    '걸 크러시' 대명사 변혜영役

    데뷔 이래 공백기 없이 활동
    惡女 '연민정'으로 첫 대상 받아 "사극 속 악역 장희빈이 최종 꿈"

    이유리는“‘왜 진작 코믹한 역할을 맡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유리는“‘왜 진작 코믹한 역할을 맡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악녀(惡女)' 연민정도, '센 언니' 변혜영도 아니었다. 배우 이유리(37)는 말괄량이였다. 시청률 28%(닐슨코리아)를 돌파한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그는 가족과 연인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지만 마음은 따뜻한 변호사 변혜영 역을 맡았다. 일명 '걸 크러시(girl crush)' 대명사로 통하며 여성 시청자들에게 거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이유리는 '악랄'이나 '냉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맡았던 배역과 실제 성격은 닮은 구석이 없어요. 단아하단 말도 부끄러워요. 대기실에서 막춤 추며 노는걸요. '유치하다' 정도가 딱 어울리죠."

    2001년 KBS1 '학교4'로 데뷔한 이래 공백기가 없었다. 드라마·영화 26편과 뮤지컬 1편에 출연했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만날 캐릭터가 너무 궁금해 연기를 쉴 수 없었다"고 했다. "가장 오래 쉰 기간이 6개월이에요. 3개월만 쉬어도 감(感)이 떨어져요. 밝은 역할 해보고 싶어서 작년엔 '오! 캐롤'이라는 뮤지컬에도 도전했어요."

    다작(多作)이지만 소화한 역할은 비슷했다. '부모님 전상서' '노란 손수건' '사랑과 야망' 등 9년 동안 지고지순한 아내, 착한 며느리 역할을 도맡았다. "연기자로서 한계가 왔다"는 평을 들었던 것도 이 무렵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2010년 열두 살 연상의 교회 목사와 결혼하면서 '참한 이미지'가 더 짙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기 인생의 변곡점은 악역을 맡으며 찾아왔다. 2011년 MBC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어린 시절 뒤바뀐 운명으로 절망하는 악녀 '황금란'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듬해 tvN '노란 복수초'에선 복수를 감행하는 미혼모 역을 맡아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연장 방송까지 하는 흥행을 일궜다. 2014년 '왔다! 장보리'에서 희대의 악녀 연민정을 연기하며 생애 최초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시청자 투표로 선정한 대상이라 더 뜻깊었다.

    "진짜 악인(惡人)은 남에게 악행을 드러내지 않아요. 악인이라는 걸 들키면 역설적으로 그때부터 깨끗해지잖아요. 시청자는 악인임을 알지만, 극중에선 철저히 숨기는 것. 하염없이 나쁘기만 한 것도 금물이에요. 질리지 않는 악역, 마지막 종말이 기다려지는 악역이 진짜 악역인 것 같아요."

    변혜영은 밝은 역할을 맡고 싶어 선택했다. 그는 잠시 쑥스러워하더니 "변혜영이라는 이름처럼 이 캐릭터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시시각각 변해용!'이에요"라며 웃었다. "애정은 넘치는데 가족들에게 살갑게 굴진 못하고, 사랑 앞에서 고개 숙이고 싶지만 기왕이면 폼나게 숙이려 하는 귀여운 캐릭터죠. 자기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아는데, 남들이 보면 허당이에요. '센 언니' 느낌이 있지만, 그런 틈새가 이 배역을 사랑스럽게 만들어주죠."

    꼭 해보고 싶은 배역은 '장희빈'이다. "'악역 대명사'라는 타이틀은 참 기분 좋아요. 현대극뿐 아니라 시대극과 사극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조선시대로 간 연민정, 이유리의 장희빈도 기대되지 않으세요?" 표정이 '저것도 연기 아닐까' 싶을 만큼 '소름 돋게' 해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