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웃은 황필상씨 "역시 제 선택이 옳았죠?"

    입력 : 2017.04.21 03:09

    "힘 모자랄 때마다 義人 나타나"

    "제 순수한 의도가 밝혀져 다행입니다. 이제 다음 분들은 더 큰돈을 기부할 수 있겠네요."

    황필상(70) 전 수원교차로 대표는 20일 대법원 선고 직후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세무 당국과의 '7년 법정 다툼'으로 겪은 고생을 씻어낸 듯한 표정이었다. 황씨는 "한때 기부한 걸 무효로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오늘 결과를 보니 역시 제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다"고 했다.

    평생 모은 수원교차로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은 수원교차로 창업자 황필상(70)씨가 20일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은 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12월 황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취소 소송을 낸 지 7년여 만에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황씨 사건은 국가가 ‘선의의 기부’를 보호하고 장려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평생 모은 수원교차로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은 수원교차로 창업자 황필상(70)씨가 20일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은 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12월 황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취소 소송을 낸 지 7년여 만에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황씨 사건은 국가가 ‘선의의 기부’를 보호하고 장려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김지호 기자
    서울 청계천 판자촌에서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황씨는 26세에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카이스트 교수를 지냈다. 그는 1991년 생활 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많은 돈을 벌었고, 지난 2003년 모교(母校)인 아주대에 수원교차로 주식 90%(당시 평가액 약 180억원)를 기부했다.

    황씨는 "고학(苦學)하는 후배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세금 폭탄'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휘말리게 됐다"며 "내가 소송에서 지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앞으로 한국에선 자기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한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없게 돼 큰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를 키우면 나 같은 사람이 수십명은 나올 수 있다. 국가가 이런 걸 막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황씨는 7년간 세무 당국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살던 아파트까지 압류당했다. 그는 "이제 나는 돈이 없어 기부를 못 한다. (돈이 있더라도) 다시 기부를 한다는 게 좀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 황씨는 무료 변론에 나선 소순무 전 율촌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충정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혼자서는 7년이나 버틸 재간이 없었는데 힘이 모자랄 때마다 의인(義人)들이 나타나 힘을 보태줬다"고 말했다.

    황씨는 선의의 자선가를 옭아매는 법 규정을 고치지 않고 방관하는 정치권에는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지금 국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한 것 같다"며 "기부 주식 100%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제대로 장학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드러나면 그때 세금을 물리면 되는데 왜 그런 법을 만들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