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눈으로 먹으러 간다, 건강하고 예쁜 '시리얼 한 끼'

    입력 : 2017.05.19 03:02

    [2030 사로잡은 '시리얼 카페']

    시리얼부터 토핑까지 직접 선택… 취향에 맞춰 메뉴 고를 수 있어
    SNS 인증욕구도 인기에 한몫 "트렌디한 곳서 식사하며 만족"

    "콘플레이크랑 그래놀라 시리얼에 토핑은 호두, 블루베리, 바나나 슬라이스 얹어 주세요. 음료는 두유로 주시고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연남동의 시리얼 카페 '왓츠유어시리얼넘버'. 20대 여성이 주문서를 건네자 주인장 박성빈(34)씨 손이 분주하다. 종이 용기를 대고 시리얼이 보관된 투명용기 손잡이를 돌리자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주문한 지 채 1분이 안 돼 곡물과 과일 가득한 시리얼 한 그릇이 뚝딱 만들어졌다.

    '시리얼 카페'가 인기다. '바쁜 아침에 밥 대신 때우는 과자' 정도로만 여겨졌던 시리얼이 20~30대에겐 한 끼 식사이자, 트렌디한 일상이다. 이마트의 시리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6년 23.5%, 올해 1분기 29.7% 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박 대표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 저녁에도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시리얼이 최초로 생산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해외 브랜드 켈로그가 국내 식품업체 농심과 함께 1983년 '콘푸레이크'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식사는 쌀밥'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잘 팔리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들어서야 아침 거르는 자녀들의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알려지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석화 한양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며 시리얼을 먹기 시작한 세대가 지금의 20~30대"라며 "시리얼을 간식이 아닌 엄연한 한 끼 식사로 여기는 이들이 취향에 맞춰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시리얼 카페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한 그릇에 6500원 정도. 직장인의 점심 한 끼 값 수준이다. 60~70g의 시리얼에 음료와 각종 토핑을 더 해 먹으면 열량이 밥 한 공기(300㎉)보다 많은 400㎉. 이 교수는 "시리얼에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3대 영양소와 9가지 이상의 비타민, 각종 무기질이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초코맛 시리얼 위에 아이스크림을 토핑해 만든 메뉴.
    초코맛 시리얼 위에 아이스크림을 토핑해 만든 메뉴. 취향에 따라 내용물을 고를 수 있다. /이태경 기자
    시리얼 카페 열풍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사진 올리는 걸 즐기는 젊은 세대의 인증 욕구와도 관련 있다. 인스타그램에 시리얼 카페를 검색하면 "사진 예쁘게 나오는 카페" "입보다 눈이 호강하는 곳" 등 사진만 2000개가 넘는다. 대학생 유승연(24)씨는 "알록달록한 시리얼 상자로 꾸며진 카페를 배경으로 인생사진 두 장을 남겼다"고 했다.

    시리얼 카페의 탄생은 2014년 12월 영국 런던 쇼디치로 꼽는다. 수백 개의 시리얼 상자로 가득 찬 진풍경이 SNS에 돌면서 화제가 됐다. 국내 최초 시리얼 카페로 불리는 서울 논현동의 '미드나잇인서울'은 패션모델과 연예인들이 인증샷을 남기러 찾는 장소로 유명하다. 제주 도두동에 있는 '레터스 투 시리얼'은 웨딩드레스를 대여해 입고 사진을 찍으며 시리얼을 즐길 수 있다.

    시리얼 카페 열풍을 작고 상대적으로 값싼 물건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극복해보려는 일명 '립스틱 효과'의 연장선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는 "각종 매체에 유명인들이 맛집을 찾아가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먹방 열풍'이 불고 있지만 돈과 시간이 부족한 20~30대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트렌디한 곳에서 건강한 시리얼을 먹고 사진도 남기며 만족을 느끼려는 젊은 사람들이 시리얼 카페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웰빙·팬시·외국'이라는 트렌드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고, 한 끼를 먹어도 팬시한 곳에서 건강식을 먹으려는 20~30대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