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의존 줄이고 판로 넓힌 부품社 웃었다

지난 15일 자동차 공조(空調)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한온시스템 1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1분기 매출액은 1조4490억원, 영업이익이 127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 여파로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납품업체들도 줄줄이 실적 추락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한온시스템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한온시스템은 "판로(販路) 다변화를 꾀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역시 공조 시스템 관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작년 90% 이상이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올 들어 60%대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납품 의존도가 60%가 넘는데 현대·기아차 중국 실적이 부진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A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줄었다.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부품업체들까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낮은 업체들은 판매처를 다변화해 위기를 탈출하고 있지만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판로 다변화로 활로 모색

한온시스템 전체 매출 중 현대·기아차 납품 비율은 51% 정도. 60%가 넘던 의존도를 계속 줄여오고 있다. 한온 역시 중국 사드 보복 후유증 때문에 1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급락했다. 대신 유럽에서 매출이 늘어나면서 손실을 만회했다.

만도도 마찬가지.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 늘어 60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량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 매출이 3.3%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외 중국 현지 업체로 판로를 넓힌 게 주효했다. 만도의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은 54% 수준. 중국 시장만 따지면 현대·기아차 납품이 전체의 43%, 글로벌 자동차 업체 16%, 지리자동차 등 중국 현지 업체가 38%를 각각 차지한다.

◇현대·기아차 의존 업체는 타격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부품업체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중국에 나가있는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은 150여 개. 그중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는 100여 곳에 달한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70%를 넘어선다. 현대·기아차 1분기 중국 판매량(27만3351대)이 작년 1분기(36만9321대)보다 36% 감소하면서 현대·기아차 비중이 높은 부품업체들도 동반 실적 악화에 빠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43개 중소형 자동차 부품업체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21.4% 감소했다. 전체 매출 중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77%에 달하는 평화정공은 올 1분기 영업이익(62억원)이 전년 동기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현대차와 중국 4·5공장에 동반 진출하며 전체 매출 중 현대차그룹 비중이 60%에 달하는 성우하이텍도 1분기 영업이익(221억원)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에 수직 계열화된 부품업체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각각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 46.2% 줄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로 다변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종속 구조를 깨기 위해선 부품업체 스스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와 장기 전속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술 개발 투자에 인색하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판로를 개발하기 위해 유럽 시장을 두드렸는데 기술력이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도 부품 협력업체들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 발달된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다시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면 결국엔 현대차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부품업체 스스로 기술 경쟁력을 찾는 게 우선이며, 이를 통해 자연스레 판로가 다변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매번 대기업 실적에 따라 휘청이는 불안한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