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사 출신 캐디, 스피스가 3번 우드 꺼내자 "아니야, 3번 아이언이면 돼"

"조던 스피스와 그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가 '골프는 결코 개인 종목이 아니다'란 말을 입증했다."

24일 브리티시 오픈이 막을 내린 뒤 이런 말이 나왔다. 스피스가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이 되는 데 캐디 그렐러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그렐러는 마지막 라운드 13번 홀에서 남은 거리가 270야드라고 생각하고 3번 우드를 사용하려던 스피스를 가로막았다. 그렐러는 남은 거리를 230야드로 계산하고 3번 아이언으로 치라고 권유했다. 스피스는 "평소에는 나와 그렐러 중 누구의 거리 계산이 맞느냐고 묻는다면 보통 나라고 답한다"며 "하지만 이번엔 그렐러의 계산이 맞았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3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그린에 못 미치긴 했지만, 3번 우드로 공략했다면 거리가 너무 길거나 실수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렐러는 '멘털 코치'까지 '1+1 역할'을 했다. 스피스가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하고 5번 홀(파4)에서 겨우 버디에 성공한 뒤 파이팅을 뜻하는 주먹 마주치기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힘없이 클럽을 넘겨주자 그렐러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스피스는 주먹을 내밀었고 그제야 그렐러는 주먹을 마주친 뒤 클럽을 받아 캐디백에 넣었다. 풀이 죽은 스피스를 깨운 것이다.

스피스에게 선생님 같은 캐디 그렐러는 실제 중학교 수학 교사 출신이다. 지역 대회에서 가끔 캐디로 부업을 했던 그렐러는 2011년 US 주니어 아마추어 대회에서 임시 캐디로 스피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스피스는 그렐러에게 자신의 풀타임 캐디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둘은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US 오픈에 이어 이번 브리티시 오픈까지 세 번의 메이저 우승을 합작했다. 캐디는 보통 우승 상금의 10%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