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쏙 반한 그림책, 원화로 볼 수 있어요

전남 순천시 동외동에 있는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의 2층 기획전시실에선 지난 18일부터 '사토 와키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동화작가 사토의 그림책 7권 원화 127점과 밑그림 145점이 전시되고 있다. 1부 전시(4권 71점)가 9월 3일까지, 2부(3권 56점)는 9월 5일부터 10월 22일까지 이어진다.

◇'도깨비를…' 원화 국내 첫 공개

1966년 창작 활동을 시작한 사토 와키코는 1978년 제1회 일본 그림책상을 받았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와 '호호 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시리즈 등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여섯 살 딸과 도서관을 찾은 박은희(38·광주 계림동)씨는 "도깨비 시리즈는 아이에게 20번 넘게 읽어 준 책"이라며 "작가의 혼이 깃든 원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작가의 원화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기까지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서 순천시의 원화 전시 요청을 받았던 80세 작가는 "한국은 아직 그림책 원화 전시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작품이 훼손될지 모른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순천시와 출판사 관계자들이 "에릭 칼, 한병호, 앤서니 브라운, 이태수 등 유명 작가의 원화 특별전이 순천 그림책도서관에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며 설득에 나섰다. 작가는 그제야 전시를 승낙했다. 다만 "조명에 원화가 바래질 수 있다"고 걱정해 원화를 두 번에 나눠 전시하기로 했다. 도서관 측은 1부 원화를 전시할 때 나머지 원화는 2층 수장고에 보관한다. 나옥현 관장은 "책으로만 만났던 사토 와키코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내달 말 한국을 처음 찾는 사토 와키코는 9월 2일 순천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도 갖는다.

◇3개월마다 그림책 원화 전시회

2014년 4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 작가의 여러 그림책 원화를 100점 이상 장기간 전시한다. 다양한 그림책을 경험한 아이들이 일반 도서와도 친근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설립 배경에 깔렸다. 본관 1~2층(2000㎡)은 그림책 자료실, 인형극 전용 극장, 그림 동화 영상 관람 공간, 원화 전시실, 그림책 도서관 강의실, 그림책 연구실, 작가의 방 등 그림책 관련 시설로만 꾸며져 있다. 전시를 설명하는 도슨트 15명도 활동 중이다. 본관에 보유한 그림책은 7804권, 별관에는 그림책과 일반책 2만4745권이 있다.

이 도서관은 연간 평균 3개월씩 세 번에 걸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원화를 전시하는 특별전을 연다. 특별전을 준비할 때는 3주간 도서관 문을 닫는다. 그동안 에릭 칼(미국), 앤서니 브라운(영국), 한병호, 이태수, 김재홍, 한태희, 이억배, 권윤덕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원화가 공개됐다. 안문수 순천시 도서관운영과장은 "처음엔 시큰둥했던 전국의 출판업계와 작가들이 앞다퉈 전시를 희망해 2019년 말까지 전시 일정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150명 정원의 1층 그림책 인형극장에선 특별전 주제에 맞춰 평일 오전 11시, 휴일 오후 1·3시 인형극이 열린다. 2층에선 작품 캐릭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