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리뷰]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입력 : 2017.08.02 17:34

    리뷰 | 뮤지컬 ‘시라노’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코가 조금만 도 높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두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코가 너무 높아서 슬픈 남자도 있다.

    그의 이름은 프랑스 남자 ‘시라노’다. 정의롭고 용맹한 검객 이자 낭만적 시를 읊는 작가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지만, 남들보다 유독 큰 코가 그의 가장 큰 콤플렉스다. 그 때문인지 매사에 당당하기만 한 그도 여자 앞에서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다. 하물며 사랑하는 여자 앞에 서면 오죽하겠는가. 이 남자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뮤지컬의 줄거리다.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드 로스탕’이 실존 인물 ‘에르퀼 사 비니 앵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Hercule-Savinien Cyrano de Bergerac, 1619년 3월 6일 ~ 1655년 7월 28일)라는 프랑스의 극작가다. 그가 죽고 난 후, 훗날 19세기 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그의 생애를 모티프로 한 동명의 희곡을 써 유명해졌다.

    영국에 ‘햄릿’이 있고, 스페인에 ‘돈키호테’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시라노 드 베라 주라크’가 있다고 한다. <시라노>는 1897년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집필한 운문 희곡으로 같은 해 파리의 포르트 생 마르탱 극장에서 초연, 300회 연속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연극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우리나라엔 2010년 개봉한 이민정 주연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사진=CJ E&M 제공

    그 ‘시라노’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용감무쌍한 검객이자 모험가인 남자 시라노! 거대하고 못생긴 코가 콤플렉스이지만 외모 외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 시라노! 그 시라노와 아름다운 여자 록산느와의 사랑이야기가 한 여름밤, 바람만큼이나 상큼하게 펼쳐졌다.

    둘은 동네 친구로 자랐다. 드디어 어른이 되고 록산느에게 시라노는 믿음직한 동네 오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 시라노에게 록산느는 첫사랑이자 영원히 사랑하는 여자였다.

    둘의 사랑이야기는 너무도 못 생겨 지레 겁을 먹은 시라노가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있는 사이 록산느는 겉만 잘 생긴 남자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 간에 벌어지는 대화가 원작의 정서를 그대로 살렸다. 얼핏 들으면 간질거려 듣기에도 민망한 대사들이 극에 품격을 더 한다. 시라노가 외모에 자신이 없어 록산느가 첫눈에 반한 크리스티앙을 앞세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밤 장면은 웃음도 나오면서도 슬프다. 달빛이 유난히 아름다운 보름달 밑에서 자신이 쓰는 말이 아니라서 머뭇거리는 크리스티앙에게 왜 이렇게 더듬거리느냐고 록산느가 묻는다. 크리스 트앙을 대신해 담 밑에 숨어있는 시라노가 "내 언어가 당신을 찾아가는 밤길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답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달콤한 말을 할 줄 몰라 늘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편지를 써 준 시라노가 전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자신의 마음을 적어 록산느에게 편지를 썼다. 특히 마지막 편지에서는 록산느가 너무도 보고 싶어 편지지에 떨어트린 눈물 자국을 본 크리스티앙이 의아해 물어본다. 이때 시라노는 "편지를 쓸 땐 자네 맘이 나의 눈물이 돼"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시라노의 가슴속에 담긴 절절한 사랑 표현이다. 그제서야 크리스티앙은 록산느를 향한 시라노의 마음을 알게 된다. 크리스티앙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남의 영혼을 빌려다 쓰지 않고, 내 온전한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차라리 사랑을 받지 못해도 그게 났다고 할 때는 두 남자의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도 찡하게 전해져 온다.

    잔잔하게 따라가는 뮤지컬 '시라노'의 초반 공연은 인물들과의 개연성은 좀 떨어졌다. 왜 시라노가 록산느를 사랑하게 됐는지 알 수 없었었지만, 그냥 재미있게 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극은 후반에 들어오면서 쳐지기 시작했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이 참가한 전쟁은, 전쟁의 긴장감이나 록산느에게 향한 사랑의 감정 표출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다. 록산느가 크리스티앙이 전쟁에서 죽기 직전 자신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사실 시라노가 썼다는 걸 알고 단숨에 그에게 달려가 안기며 '당신만을 사랑했다'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이해가 불가능했다.

    사랑이 어찌 그렇게 쉽게 선회할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가는 뮤지컬 한 편을 보고 일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시라노가 왜 록산느에게 빠져들었는지 그 부분이 조금 더 세밀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전하고자 했던 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전쟁터를 찾아온 록산느가 크리스티앙을 향했던 말 "처음에는 당신의 외모에 반했지만, 이제는 당신의 영혼만을 사랑해요"라고 했던 말이 이 뮤지컬을 만든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안다. 물질 만능 시대에 겉모습만 중요시하는 요즘 세태에 던지는 메시지에는 망설임 없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