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전염병·빈부 격차… 반세기 후 대한민국?

    입력 : 2017.08.11 03:03

    정지돈·임승훈·김사과·최진영, 30代 작가들 디스토피아적 소설

    "방탄복은 챙겨왔어요?"

    2063년, 총기 소지 합법화로 총격전이 일상화된 통일 한국. 기후온난화로 미국과 일본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각국의 난민이 몰려든다. 이것이 소설가 정지돈(34)이 신작 경장편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에서 그려낸 미래. "한국은 그나마 수도와 중앙정부가 제 기능을 하는 나라였다. 지방은 무정부 상태라고 했다."

    2077년, 한국발(發) 괴전염병의 출현. '그 전염병의 치사율은 0%…. 다만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같은 얼굴로 변할 뿐이다.' 인류가 성별 불문 모두 똑같은 얼굴이 돼 살아가게 된다는 가정에서 임승훈(35)의 초단편 '2077년, 여름방학, 첫사랑'은 출발한다. 남자 주인공은 성인이 돼 생애 첫 사랑을 나누지만 알고 보니 그 대상이 여자 친구가 아닌 여자 친구의 오빠이자 절친한 친구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그리고 같은 얼굴을 악용해 저질렀던 수많은 비밀이 공개된다.

    30대 젊은 소설가들이 미래 대한민국을 검은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은 대한민국에 창궐한 전염병을 그린 영화 ‘감기’의 콘셉트아트.
    30대 젊은 소설가들이 미래 대한민국을 검은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은 대한민국에 창궐한 전염병을 그린 영화 ‘감기’의 콘셉트아트. /아이러브시네마

    30대 작가들이 미래 대한민국을 디스토피아적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바이러스나 정치·경제적 혼란의 참상 위에서 젊은 소설가 특유의 과격한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소설 속 세계가 현실과 멀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정지돈의 주장처럼 가상을 통해 지금의 비관을 드러내는 방식. 먼 미래가 아닌 반세기 뒤의 상상이라는 점에서 소설은 묘한 거리감을 형성한다.

    207×년, 부와 기술을 통해 괴상한 진화를 이룩하는 재벌. 김사과(33)의 새 단편집 '더 나쁜 쪽으로'에 수록된 '이천칠십×년 부르주아 6대'는 그 비관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소수의 인간들은 영국식 복장을 한 채 말을 타고 다니고, 홀로그램 기계로 공간적 자유를 누리지만 일반인은 그저 근근이 먹고살 뿐이다. 비(非)서울이 빈민굴로 묘사되는 점도 이런 세태를 보여준다. "나는 과천시 거주민의 비참함을 알 뿐이지." 소설은 2020년대와 2030년대, 그리고 2070년대의 변화 과정을 서술하면서 이 세계가 앞으로 더욱 황당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년, 소설가 최진영(36)은 장편 '해가 지는 곳으로'에서 시간대가 명확지 않은 어느 미래, 바이러스 창궐로 '아이의 간을 파먹는 미친놈들 천지'가 된 한국을 떠나는 여자들을 비춘다. 그 여정엔 강간·폭력 등 비인간의 막장이 기다리고 있다. 전소영 문학평론가는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날을 세워 '인간적'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진 시대를 겨눠야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