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펀드, 수익률도 착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일반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펀드 평가 업체인 제로인은 16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기준인 ESG(환경·사회 책임·지배 구조, 키워드 참조) 점수가 상위 10% 이내인 우등생 펀드 21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이 18%로, 하위 10%에 속하는 열등생 펀드보다 13.73%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ESG 평가가 좋은 펀드는 주주(株主) 가치나 환경보호 등에 적극적이며, 지배 구조도 투명하게 유지하는 기업들을 많이 편입한 상품이다. 현재 운용 중인 총 437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조사 대상이었다. 평가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연 1회 발표하는 개별 기업의 ESG 평가 등급을 토대로 수익률을 비교한 뒤 펀드별로 점수를 매겼다. 엄현주 제로인 차장은 "ESG 등급이 좋은 펀드는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ESG 가는 길에 돈맥 있다

이번 제로인 조사에서 ESG 1등급 펀드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펀드는 한국밸류운용의 '10년투자장기주택마련펀드'였다. 실적이 좋지만 저평가되어 있는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펀드로, 2008년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은 125%에 달한다. 반면 조사 대상 중 1년 성과가 가장 나빴던 펀드는 라자드운용의 '라자드코리아펀드'(-17.6%)였는데, ESG 평가 역시 5등급으로 최하위였다. 이 밖에도 신한BNPP운용의 좋은아침희망펀드와 스팍스운용의 성장파워펀드, 한국투자운용의 마이스터펀드·정통고편입펀드, BNK운용의 튼튼코리아펀드 등이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ESG 우등생 펀드들의 투자 종목은 기업지배구조원이 ESG 점수를 높게 준 개별 기업이 많았다. 신한지주·KB금융·DGB금융·삼성화재 같은 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오너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거나 혹은 소비자 상대로 불법행위를 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기업들은 투자 대상으로 편입하지 않았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전체 투자 자산의 26%가 ESG 방식으로 투자되고 있고 해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ESG 투자는 그렇지 않은 투자법에 비해 성과도 양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SG가 화두가 되어 시중 자금이 몰리면 해당 종목의 수익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금이 ESG로 더 몰려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SG 연계 신상품 속속 출시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유럽·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ESG 투자 규모는 2335조원을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ESG 투자 규모는 아직 7조원에도 못 미치는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고 있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 흐름에 따라 ESG에 초점을 맞춘 투자 상품들이 등장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순한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요소를 고려해 투자하는 '착한책임투자 펀드'를 17일 출시한다. 신승훈 삼성액티브운용 매니저는 "ESG 평가 결과가 나쁜 기업들은 아예 투자군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주주 가치를 높일 만한 기업 50여 곳에 투자하므로, 한국 자본주의 발전과 동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도 이르면 이달 말 ESG와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인다. 김성훈 한화운용 팀장은 "ESG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투자 안정성을 높이고 손실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

환경(Environmental)·사회 책임(Social)·지배 구조(Governance)의 영문 약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ESG 평가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