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연극이 돌아왔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겪는 모든 것들이 나쁜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믿는 '병구'와 그를 사랑하는 조력자 '순이'와 함께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신인 감독이던 장준환은 기발한 상상력과 에너지 충만한 내용으로 영화 팬들에게 열열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 2016년 스크린에서 연극 무대로 장소가 옮겨진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와 함께 범우주적코믹납치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2017년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왔다. 2016년 초연에서 외계인이라는 SF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마음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와 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인 강만식의 심리게임이라는 구조를 차용해 영화가 보여주었던 미스터리적 긴장을 유지시켰다. 또한, 영화를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옮겼지만, 시간과 장소, 인물의 심리상태까지 만화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초연을 성공으로 이끈 연출가 이지나는 이번 공연에서 병구와 만식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둘의 대결구도를 발전시키는 데에 힘을 쏟았다. 지난 공연의 두 배역은 영화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병구는 외계와 외계인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을만한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그가 처한 환경 때문에 능력을 펼치지 못한 안타까운 청춘의 모습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맞서는 강만식은 지난 공연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중년의 사업가 느낌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타고난 외모에 부모의 재력이 맞물려 탄생한 안하무인의 재벌 3세로 캐릭터의 톤을 변경했다.

지난 2016년 초연 당시 진지한 메시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코미디를 강화하여 영화를 뛰어넘는 재미를 더해 개성적인 창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공연보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사회적 이슈를 공연에 녹여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천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는 수상한 청년 병구는 과연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10월 22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