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아이폰 10년' 재조명 한창

    입력 : 2017.09.12 23:50

    [아이폰이 바꾼 세상]

    - 산업계 흔들고
    애플, 전세계 시가총액 1위로
    구글 알파벳 2위, 페이스북 4위
    에너지 공룡 기업들은 쇠퇴

    - 삶의 방식까지 바꿔
    모바일로 쇼핑·음악·게임… 하루 5시간 스마트폰 생활

    뉴욕=김덕한 특파원
    뉴욕=김덕한 특파원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날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스마트폰 시대(smartphone era)' 10년 동안 산업계는 물론,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속속들이 바뀌었다. 미국 언론들은 애플 아이폰이 몰고온 변화와 혁신의 10년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주연 애플, 조연들도 급성장

    블룸버그는 아이폰이 변화시킨 산업 지형도를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 변화를 통해 살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스마트폰 시대'라는 드라마틱한 영화의 주인공인 애플이다. 아이폰 오리지널이 세상에 선보이기 바로 전날인 2007년 6월 28일, 전 세계 상장기업 중 주가 총액 순위 70위에 불과했던 애플은 지금 시가총액 8300억달러가 넘는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애플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맥 컴퓨터에 의존했다. 두 상품이 2006년 당시 애플 매출 190억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지난해 애플의 매출은 10배가 넘는 2160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3분의 2는 아이폰에서 나온 매출이었다.

    미국의 투자분석회사 인베스팅닷컴의 클레멘트 티볼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CBS 인터뷰에서 "아이폰은 애플의 모든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아이폰이 없다면 지금의 애플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폰이 곧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라는 얘기다.

    스마트폰 기반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스마트폰 시대' 조연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10년 전 주가 총액 29위에서 2위로 도약했고, 당시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페이스북은 4위에 올랐다. 367위였던 아마존은 5위가 됐다. 검색,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상거래 등이 모두 애플과 함께 급상승한 것이다.

    10년 전 아예 이름도 없었다가 지금 시가총액 7위에 오른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500위권 밖에 있다가 8위에 오른 게임회사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도 애플이 마련한 '스마트폰 경제'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볼 수 있다.

    산업 지형도 바꿔놓은 애플… 스마트폰 뜨고, 에너지 지고

    아이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를 만드는 삼성전자가 10년 전 시가총액 81위에서 현재 13위로 오른 것도 주목된다. 생산 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애플과 달리, 전 세계에 스마트폰을 만들어 판매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까지 생산하는 삼성전자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삼성전자가 애플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스마트폰의 생태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약진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6월,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설명회에서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아이폰이 출시 10년을 맞으면서 미국에선 애플의 아이폰이 몰고온 변화와 혁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설명회에서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IT 기업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보이는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다. 주가 총액이 10년 전에도 3위, 지금도 3위다. 부침이 심한 IT 업계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지만 최고의 자리를 빼앗겼다는 건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다.

    PC 시대의 기린아였던 MS는 그나마 스마트폰 시대에도 예전의 영화에서 완전히 밀려나지는 않았다. 진짜 '찬밥'이 된 건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전통 에너지 기업들이다. 10년 전 시가총액 1위였던 대표적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슨은 이제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를 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 기업 페트로 차이나는 4위에서 27위로, 로열더치셸은 5위에서 21위로,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은 8위에서 239위로, BP는 9위에서 69위로 각각 크게 밀려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 기간 산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중대 사건으로 2000년대 말 미국 등 세계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꼽았다. 이 금융 위기 와중에 많은 금융기업이 몰락했다. 하지만, 애플이 몰고온 스마트폰 경제가 산업계 전반에 미친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삶의 방식을 바꿔놓은 아이폰 10년

    아이폰은 소비자들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07년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삶을 둘러보면, 그의 예견은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모바일시장 분석 업체 플러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요즘 미국인들은 하루에 5시간을 모바일 기기와 함께한다. 특히 페이스북이 이 시간 중 20%를 차지하는 등 소셜 미디어들이 모바일 생태계에서 도약하고 있다. 물론 모바일 기기로 텍스트를 주고받고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하는 등 '일상 생활'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바뀌었다.

    CBS는 11일 '아이폰은 지난 10년간 애플과 세계를 어떻게 바꿔놨나'라는 기사에서 아이폰의 명(明)과 함께 암(暗)도 되짚었다. 2010년 아이폰 4S의 통화 신호 결함으로 고난을 겪은 적이 있고, 2012년에는 애플이 그들의 새 오퍼레이팅 시스템에 구글 맵 대신 버그투성이의 애플 맵을 적용하겠다고 해 소비자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CBS는 애플이 다음으로 겪게 될 도전은 가격의 장벽이라고 예고했다. 12일 출시하는 아이폰 8 시리즈의 가격이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1000달러를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한 아이폰 7플러스의 769달러에 비해 3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티볼트 선임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직면한 도전은 애플이 요구하는 가격을 고객이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특히 1000달러가 넘었을 때는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가격이 1000달러를 넘긴 시대를 맞아, 애플이 고객들의 혁신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느냐에 아이폰의 장래가 걸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