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라만차평원의 콘수에그라

    입력 : 2017.09.21 16:57

    길게 이어지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간다. 살짝 두터운 윗옷을 껴입고 있어도 풍차마을의 언덕은 휘청거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라만차 평원의 바람을 가르는 콘수에그라(Consuegra) 언덕을 오르자 풍차의 거대한 구조물이 보인다. 라만차는 아랍어로 ‘마른 대지, 건조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림책 속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연출한 것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길게 뻗어간 길 위에 온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로 하늘을 향해 날개를 벌리고 있는 거대한 풍차가 보인다.

    바람의 언덕으로 오르는 초입에 서있는 황토색의 작은 성을 중심으로 성의 배경 역할을 하는 풍차마을을 조성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하고 있다. 400여 년 전 소설의 무대인 라만차 평원을 연상시키는 들판 위에 몇 개의 풍차를 바람 부는 언덕에 세워놓고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그들의 경제 개념에 역사가 접목된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 돈키호테(Don Quixote)를 통하여 “꿈이 있을 때 살아있다.”는 멋진 명언을 만들어 냈다. 물질이 앞서면 정신이 무너지는 세상이 되고, 빠른 산업화로 철학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그리스의 철학을 담아 낸 소설에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꿈을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 모든 사람이 미쳤다고 하는 돈키호테는 때로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때로는 꿈과 이상을 지닌 행동하는 유형의 인간이었을 것이다.

    언덕을 내려와 기념품을 파는 토담집 앞에서 바라보는 콘수에그라는 그 시절의 시간을 보듬고 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된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이상향의 세상이 있겠지만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돈키호테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혼을 지니고 콘수에그라에서 살고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