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뛰고 스타 뜨니… 男골프에 다시 구름 갤러리

나란히 1만여 명 갤러리가 구름처럼 최종 라운드에 몰려든 24일 한국 남녀 프로골프 투어에서 김승혁(31)과 이정은(21)이 잭팟을 터뜨렸다.

2주 전 딸을 얻은 김승혁은 2위를 8타 차이로 따돌리는 압도적 경기력으로 상금 3억원과 PGA투어 2개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여자골프 이정은은 시즌 4승째를 올리며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다승 등 4개 부문 선두에 올랐다. 이정은은 전날 여자골프 18홀 최저타 기록(12언더파 60타)도 세웠다.

남자골프 제네시스 챔피언십(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올해 신설 대회다. 총상금 15억원(우승 상금 3억원)에다 우승자에게 미국 PGA투어인 CJ컵과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출전권을 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골프 로또나 다름없는 이 기회를 잡은 건 2주 전 아빠가 된 김승혁이었다. 그는 "딸 태명을 '승리'로 지었다. 아이 덕분인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처음 차지했다.

김승혁은 이날 1타를 줄이며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했다. 2위 그룹 조민규, 강경남, 재미교포 한승수와는 8타 차이였다. 김승혁은 부상으로 중형 스포츠 세단 'G70'(약 5500만원)까지 받았다. 2014년 상금왕이었던 김승혁은 부상으로 지난해 상금 랭킹이 103위까지 떨어졌던 선수다. 지난 3월 디자이너 출신인 아내를 얻고 안정을 찾으면서 6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시즌 2승(통산 4승)째를 올린 김승혁은 시즌 상금 6억3177만원으로 상금 선두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는 1만8000명의 팬(나흘간 2만7000명)이 몰렸다.

할리우드의 흥행 공식인 '블록버스터 전략'이 여자골프에 치이던 남자골프 인기를 끌어올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대 상금에 PGA투어 진출권, 여기에 최경주와 양용은 등 지명도 높은 선수들을 불러 모으며 흥행 효과를 높인 결과"라고 했다.

여자골프의 이정은은 요즘 '핫식스'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뜨거운 샷을 자랑한다. 동명이인이 많은 여자골프에서 이정은은 등록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는 관례대로 '이정은 식스(6)'로 불린다. 이정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총상금 7억원)'에서 올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이 됐던 이정은이 이제는 '제2의 박성현'이 될 것이란 기대까지 모은다. 이정은은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 198타로 2위 배선우를 3타 차이로 제쳤다. 이정은은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 9억9518만원을 기록했다.

이정은은 전날 2라운드에선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10개를 기록하며 12언더파 60타를 쳐 여자골프 최저타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전미정(35)이 2003년 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세운 11언더파 61타였다. 이정은은 올 시즌 22개 대회에서 17차례나 톱10에 오를 만큼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이정은은 "휠체어를 타면서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는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뛸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엔 1만6000여 팬이 몰려 샷의 향연을 즐겼다. 흥행 몰이를 했던 최나연과 박성현은 각각 공동 22위(9언더파), 공동 34위(7언더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