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무주 구천동 계곡과 반딧불이 축제

    입력 : 2017.10.10 13:48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여행을 떠났다. 충청도 덕유산 자락 무주 구천동 계곡을 향해 집을 나섰다. 여행하는데 제일 싫은 게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거다. 내 차로 가면 느긋하게 일어나 천천히 움직여도 좋다. 하지만 돈 만 사천 원 들고 여행길에 오르는 처지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말을 잘 들어야 여행길이 편한 법이다.

    이번 여행도 지난번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여행길이다. 여행 경비가 저렴하다 보니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되곤 한다.

    먼저 덕유산에 들렀다. 덕유산 입구에 들어서니 이름 하여 어사길이란다. 과거 급제한 어사가 이 계곡을 걸었나 생각을 하며 물길을 따라 걸었다. 차가 다녀도 좋을 만큼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천천히 유유자적(悠悠自適) 걷는다.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가는 여행은 시간이 넉넉해 좋다. 그야말로 찌든 심신(心身)을 지나가는 바람에 담아 보내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비워진 자리에 채워 넣는 여행이라 좋다. 굳이 정상까지 가겠다 하지 않아도 좋고, 가다가 돌아서도 그만인 여행이다. 시니어들에게 이런 여행이야말로 말 그대로 힐링이다. 내려오는 길에 오던 길을 마다하고 험한 길을 택했다. 그래도 산인데 싶어 산 맛이 나는 험한 산책길로 내려왔다. 구불구불 올라가다가 헉헉 될 즘에 다시 내려가는 길의 연속이었다.

    사진=무주군 제공

    본 목적지에 무주 반딧불 축제장에 도착했다. 사실은 별로 흥미는 없다. 난 축제가 열리는 곳에 잘 가지 않는다. 어쩌다 가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한 마디로 특색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실제로 반딧불을 몇십 년 만에 봤으니 이번은 괜찮은 축제장 방문이다. 낮에 가니 당연히 반딧불을 보지 못할 거란 생각과는 달리 반딧불을 볼 수 있도록 암막을 치고 반딧불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해서 반딧불과 몇십 년 만에 재회했으니 말이다.

    옛날 내 어렸을 적 집은 축대 위에 있었다. 축대 아래는 논이었고 작은 시냇물이 흘러갔다. 축대 위 담장에서 여름밤 내려다보면 꿈결같이 반딧불이 날아다녔다. 그리고는 내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 반딧불이 내 앞에서 날아다니는 광경을 만나다니 이룰 수 없는 풍경 하나가 살아난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반디는 수놈이 반짝이는 부분이 두 줄이고 암놈은 반짝이는 부분이 한 줄이란다. 반디를 만난 것도 반가운데 덤으로 지식까지 하나 얻고 반디 판타지관으로 갔다.

    반디 판타지관은 환상의 숲이 펼쳐져 있다. 크로마 뎁스(Chroma Depth ) 3D로 만들었다고 한다. 블랙라이트의 조명에 형광으로 만들어진 벽화나 숲 속 소품들이 환상적이다. 거기에 그것은 프리즘 필름으로 만든 3D용 특수안경으로 보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상이 열리고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과학의 힘이다. 이색 체험에 마냥 신기하다.

    오후 4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피곤함도 잊고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에 토론이 한창이다. 그러나 뻔하다. 비용이 2만 원이 안 넘을 것. 당일치기여야 할 것. 누군가는 속되다 하겠지만, 지자체에서 무엇인가 주는 곳이면 더 좋다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다음 여행의 설렘을 싣고 버스는 서울로 서울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