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차도 지하화는 교통 지옥화?

    입력 : 2017.10.12 01:06

    [서울시 연말까지 최종안 확정… 주민들 "철회하라" 반발]

    서울시 2019년 착공 목표
    주민들 "아파트 앞으로 차량 우회… 매연·소음·체증으로 일대 혼란"

    서울시는 지난 5월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주변의 지상 차도를 모두 없애고 광장 전체를 보행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안을 발표했다. 시의 자문기구 격인 광화문포럼에서 제시한 안을 보면 광장을 둘러싼 세종로와 율곡로 차도는 모두 지하로 들어간다. 광화문 앞 왕복 8차선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월대(月臺·궁궐 전각 앞에 놓인 섬돌)와 해태 등을 복원해 역사성을 살린다. 경복궁과 광장에 이르는 광화문광장 전체는 보행공원이 된다. '세종로를 한쪽으로 몰자'는 문화재청 안(2005)이나 '율곡로만 지하화하자'는 국가건축정책위 안(2010)에서 한발 더 나아간 파격적인 구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을 국가 권력 상징 공간에서 시민 중심 광장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이 같은 계획에 불을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4월 "광화문광장이 도로 중앙에 거대한 중앙분리대처럼 만들어져서 굉장히 아쉽다"며 "우리 역사문화를 상징하도록 광장에 육조(六曹) 거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해 서울시의 추진 방향에 힘을 실었다. 시는 2019년 착공을 목표로 연말까지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광화문 주민들 "교통지옥 우려"

    최종안 발표가 다가오면서 광장 인근 지역 주민들은 "교통 대책이 없는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희궁의 아침, 스페이스 본, 광화문시대, 용비어천가 등 종로구 내수동과 사직동 일대 아파트·오피스텔 주민들은 최근 '광화문환경지킴이회(이하 지킴이회)'를 결성하고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추진 철회 운동'에 들어갔다. 지킴이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관계자가 찾아와 광장 재구조화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지킴이회 관계자는 "율곡로 등을 이용하던 차량을 우회시켜 아파트 앞 이면도로로 지나가게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면서 "광화문 진입 일반 차량과 버스가 아파트 사이로 다니면 차량 매연, 분진, 소음, 체증 때문에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 관계자는 '차가 밀리면 통행량이 저절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사실상 교통 대책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킴이회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서울시 연말까지 최종안 발표

    서울시는 연말까지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율곡로와 세종로 지하화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이며, 출입구 위치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대 교통 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점은 서울시도 인정한다. 서울의 동서를 잇는 5대 간선도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로와 율곡로가 교통 분담 기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엔 많은 차량이 버스 중앙차로 공사에 들어간 종로를 피해 율곡로를 이용한다. 시 관계자는 "도심 교통량을 줄이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 차량 이용자의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길 막혀도 '내 차' 이용할 것"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8월 22일부터 한 달간 서울 도심권 승용차 이용자 4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6%가 도심 통행 시간이 50% 늘어나도 승용차를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운전 시간이 평소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어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내 차'를 몰겠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차로를 줄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과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시민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도심 광장 지하화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도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