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홀린 한국의 보석… "둘이 함께 있어 더욱 빛나죠"

    입력 : 2017.10.12 00:42

    [파리오페라발레단 공연에 나란히 선 무용수 박세은·윤서후]

    조지 발란신 '보석' 10년만에 선봬

    박 "주역 발탁, 심장 멎는 듯 기뻐"
    윤 "群舞 춘 것만으로 귀한 경험"

    "'다이아몬드' 주역은 최고 중 최고가 해왔거든요. 발탁됐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죠. 게다가 서후랑 같이 한 무대 서니 더 뿌듯해요."(박세은)

    "정단원 되고 나니 진짜 가족처럼 대해주는 게 느껴져요. 예전엔 제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윤'이라고 했는데 이젠 '서후'라고 꼭 불러주죠."(윤서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오른쪽)과 윤서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오른쪽)과 윤서후. /최보윤 기자
    1669년 창단한 세계 정상급 파리오페라발레단. 발탁되기도 어렵고, 정단원이 돼도 무대에 서는 것조차 힘들다는 치열한 격전장인 그곳에 한국인 발레리나들이 한 무대를 장식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1급 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ère danseuse)로 발탁된 박세은(28)과 지난 7월 정단원으로 승급한 윤서후(18). 이달 초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서 선보인 2017~2018 파리오페라발레단 프로그램 '보석(Joyaux)'에서 주역과 군무를 맡았다. 윤서후에겐 정단원이 된 뒤 첫 무대다.

    '보석'은 20세기 '신고전주의 발레' 붐을 일으킨 러시아 출신 미국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에메랄드·루비·다이아몬드 3부작으로 이뤄진다. 전체 공연은 2시간 정도. 포레와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음악을 사용해 익숙하면서도 발랄하고, 격정적이면서도 애절하게 구현했다.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와 의상이 더해진 무대는 무용수들의 우아하고 기교 넘치는 연기와 어우러져 보석처럼 빛났다. 마지막 '다이아몬드'에서 1급 무용수 플로리앙 마뉴네와 호흡을 맞춘 박세은은 35분 공연의 절반 이상을 이끌며 깃털처럼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다가도 힘찬 몸짓으로 러시아 궁중 발레의 화려함을 연기했다. 프랑스 무용 잡지 '당스 아베크 라 플륌(Danses avec la plume)'은 "퀸(queen)은 단연 박세은이었다"면서 "영혼을 어떻게 감동시킬지 아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눈부신 피날레를 장식했다"고 평했다.

    공연 후 만난 박세은은 작품 지도위원을 맡은 아녜스 르테스튀와 면담이 길어져 늦었다며 미안해했다. 아녜스는 10년 전 같은 작품에서 박세은 역할을 맡았다. "정말 잘했다며 메이크업을 다시 고쳐주시더라고요." 윤서후가 맞장구를 쳤다. "단원들이 입을 모아 언니 대단하다고, 예쁘다고 감탄하는데 완전 뿌듯했어요."

    윤서후는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무대의 군무에 등장했다. 1m72의 키에 긴 팔과 다리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윤서후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14세에 국내 무대 최연소 전막 공연(이원국 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등 화제를 뿌린 뒤 2015년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으로 입단했다. "여기 오기 전엔 주역만 보였는데, 막상 와보니 무대에 서 볼 기회조차 드문 저희에겐 공연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귀한 경험이란 걸 깨닫게 됐어요."

    조지 발란신 안무의‘보석’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조지 발란신 안무의‘보석’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주역으로 나선 박세은(왼쪽)은 섬세하고 고상한 연기로 호평받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 트위터
    둘은 무대 안팎에서 친자매처럼 지낸다. 정단원 선발시험에서 윤서후가 전체 250명 중 1위를 차지한 것도 박세은이 가장 먼저 알고 전해줬다. 박세은은 "제가 다 걸어본 길이니까 더욱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서후는 합격했다는 박세은 전화를 받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한 시간 동안 울었다고 했다.

    박세은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서희(아메리칸 발레시어터 수석 발레리나) 언니처럼 재단을 만들어 인재들을 키우고 싶다"면서 "그 전까지는 원 없이 춤만 추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윤서후가 환하게 웃었다. "전 그냥 언니 가던 길만 그대로 따라갈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세은 언니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 이상 저에게 힘이 되는 게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