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生의 끝은 없다… 꼭두가 안내한 황홀한 저승길

    입력 : 2017.10.12 00:44

    [꼭두]

    김태용 감독 연출 국악 판타지
    영상·춤·소리의 절묘한 조화

    영화 속 실사(實寫)와 전통국악이 이토록 매끄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니. 지난 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막 올린 국악 판타지 '꼭두'는 삶과 죽음이 유동하는 소박한 현실과 죽음 이후의 무섭고도 황홀한 세계를 넘나들면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을 일깨운 독특한 무대였다. 800석 중극장 무대에서 국악극을 흥미롭게 완성한 보기 드문 사례여서 더욱 반가웠다.

    꼭두는 죽은 자의 몸을 실어나르는 상여에 붙였던 나무인형. 대개 사람이나 동물 모양으로, 악기를 불거나 춤을 추면서 죽은 이가 저승길 갈 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꼭두들과 오누이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
    꼭두들과 오누이가‘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 /국립국악원
    배우 탕웨이 남편으로 잘 알려진 김태용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영화 '군함도'에 출연한 아역 김수안이 주인공을 맡아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먼저 눈이 시원하다. 전남 진도의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여덟 살 수민과 여섯 살 동민(최정후) 남매는 고물상이 집안의 오래된 물건을 가져오면 강아지를 주겠다는 말에 할머니(박정숙)의 꽃신을 몰래 챙겨 나오는데, 이 서사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펼쳐진다.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남매는 할머니가 쓰러지면서 애타게 꽃신을 찾았다는 걸 알게 되고, 꽃신을 되찾기 위해 고물상 마당에 들어가는데 위태롭게 쌓인 고물들 사이에서 꽃신에 손을 뻗다가 그만 동굴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암전된 무대 위, 정신을 잃고 누워 있던 남매는 망자의 시중을 드는 시중꼭두(조희봉)와 길잡이꼭두(심재현), 광대꼭두(이하경)와 무사꼭두(박상주)를 만나 저승을 헤맨다. 화려한 부채춤과 장구춤이 펼쳐지는 서천꽃밭, 물결처럼 표현한 강강술래로 아이들을 사로잡아 지옥에 넘기는 삼도천, 사내들의 거친 춤이 인상적인 흑암지옥 등 아름답고도 역동적인 우리 춤사위가 그대로 전달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의 연주는 비극을 예고하며 흐느낀다. 그 시각 숨을 거둔 할머니는 넋이 되어 아무도 없는 집으로 향한다. 살아온 나날을 되짚으며 스스로에게 안녕을 고하는 그녀. 이때 여성 소리꾼이 무대에 나와 한인지 울음인지 모를 구음을 낮은 목소리로 토해낸다.

    꼭두와 종이꽃으로 화사하게 꾸민 상여를 마을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들판을 지나가는 영화 속 장면이 이 극의 백미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 장례를 재현해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 한 삶을 따스하게 추억하는 시간이자 새로운 생으로 되살아나는 순환임을 보여준다. 노련한 이야기꾼으로 판타지를 실감 나게 꾸민 김 감독의 솜씨와 꼭두 4인방, 아이들의 연기가 맛깔스럽다. 공연은 22일까지.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