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충무로 접수한 두 얼굴의 '마요미'

올가을 영화계는 '마요미'가 접수했다. '마요미'는 배우 마동석(46)의 성(姓)과 신조어 '귀요미'(귀여운 사람이란 뜻)를 합친 말.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lovely)'에서 나온 '마블리'라는 별명도 있다. 마동석이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가 추석 연휴 말미인 지난 8일부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 같은 경쟁작을 제치고 11일 연속 흥행 1위(일일 관객 기준)에 올랐다. 18일 현재 누적 관객 406만명을 기록 중이다.

그의 또 다른 출연작인 코미디 '부라더'(감독 장유정)도 다음 달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라더'는 뮤지컬·영화 '김종욱 찾기'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장유정 감독의 신작. 이 작품도 장 감독이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직접 스크린으로 옮겼다. 가을 극장가는 마동석에서 시작해서 마동석으로 끝날 판이다.

거칠고 강한 상남자의 모습과 어딘가 어리숙하면서도 앙증맞은 '두 얼굴'이 공존한다는 점이야말로 이 배우의 매력. 강력반 고참 형사 역을 맡은 '범죄도시'에서도 그는 남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무심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끄지도 않은 채 계속 통화하면서 맨주먹으로 칼싸움을 제압하는 첫 장면이 그렇다.

실제 마동석은 미국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보디빌더와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이종 격투기 선수의 전담 코치를 맡기도 했다. 17일 '부라더'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동료 배우 이동휘는 "영화에서 나란히 누워서 잠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의 팔을 다리로 착각했을 만큼 팔이 두꺼워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04년 국내 데뷔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의협심에 불타는 형사 역할을 주로 맡았다. 하지만 1340만 관객을 동원했던 2015년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개봉 직후 깜짝 반전이 일어났다. 이 영화에서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팔을 걷어붙이는 가게 주인 역으로 우정 출연했다. 출연 분량은 짧았지만, 이 영화에서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그의 대사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마동석의 남성적 이미지와 팬시 상품 전문점의 아기자기한 매력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 것이다.

액션 일변도였던 그의 출연작도 코미디와 공포물 등으로 한층 넓어졌다. 마초와 순정파, 멀쩡해 보이지만 철없는 '허당'까지 배우의 자산(資産)인 다양한 이미지를 쌓은 것도 이 무렵부터다. 지난해 115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힘으로 좀비들을 물리치다가 아내를 위해 희생하는 '상화' 역으로 칸 영화제에서도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 팬들이 그의 개성을 눈여겨보고 '마요미' '마블리' 같은 별명을 붙여줬다는 점에서는 쌍방향적(interactive)인 온라인 문화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계에서는 그를 곰 같은 외모와 여우의 매력을 겸비한 배우라고 평한다. 장유정 감독은 "마동석씨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의 연기 동선(動線)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촬영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강하고 이성적"이라며 "액션과 따뜻한 인간미는 물론, 코미디에도 천부적인 재질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올해 말 개봉 예정인 '신과 함께'와 '원더풀 고스트', 내년에는 '곰탱이' '챔피언' 같은 영화 촬영을 진행 중이거나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당분간 '마요미 현상'도 계속될 것 같다. 그는 "한 달에 시나리오가 30~40편씩 들어오는데 그중 골라서 1년에 4편 정도 찍는다"고 했다. 17일 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잘되는 배우들의 모범 답안 같은 소감을 그대로 말했다. "감사한 마음뿐이고요. 묵묵히 하던 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