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가을이면 생각나는 뉴욕에 가다

    입력 : 2017.11.23 10:46

    미국 동부여행기①

    가을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조안 첸 감독, 위노나 라이더, 리처드 기어가 출연한 영화 ‘뉴욕의 가을’이다. 짧은 커트 머리의 깜찍하고 발랄한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와 중후한 신사 리처드 기어가 뉴욕의 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내 맘을 사로잡은 것은 뉴욕 속 가을 풍경이었다. 영상미가 너무나 아름다워 언젠가는 단풍 드는 가을에 그곳에 가야지 했었다.


    센트럴 파크

    긴 비행을 마치고 만난 센트럴 파크의 단풍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산책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호수엔 유유히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푸른 잔디밭 위에는 도토리를 입에 가득 물고 먹고 있는 검은 빛의 다람쥐도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도 빤히 쳐다본다. 그뿐만 아니라 오물오물 제 먹을 것만 먹으며 넌 누구냐고 날 쳐다보는 다람쥐가 너무 신기했다. 비록 영화처럼 그런 가을 단풍의 영상미는 만날 수는 없었어도 어딘가 여유롭고 푸근한 풍경이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자유의 여신상

    뉴욕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내가 자유의 여신상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6학년 때 교과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유도 모르고 횃불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꽤 멋져 보였다. 그래서 한 번쯤은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자유의 여신상을 보려고 배를 탔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자유의 여신상 밑에 서서 올려다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배를 타야 했다.

    배가 서서히 허드슨 강 따라가고 있다. 배가 맨해튼에서 멀어질수록 자유의 여신상이 점점 다가오며 커지고 있다. 뱃전에는 누구보다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찌감치 뱃전에 자리 잡은 나는 자유 여신상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가까이 다가오는 자유 여인상이 푸른빛이다. 내가 기억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흰색인데 말이다. 나중에 들으니 프랑스가 미국에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했을 때는 반짝거리는 구리색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점차 녹이 슬어 갈색이 되었다가 현재의 청록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 다가온 자유 여신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뉴욕 야경

    뉴욕의 또 하나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뉴욕 시내를 내려다본다. 늘 그렇듯 난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왜 감동이 밀려오지 않는지 의아하다. 다음부터는 다시는 높은 데는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뉴욕 야경을 구경하러 나섰다.

    피부에 와 닿는 뉴욕 밤 공기가 차다. 걸어가는 발길에 떨어진 낙엽들이 밟혀 부스럭거린다. 눈앞에 뉴욕 야경이 펼쳐졌다. 모두 소리를 지른다. 이 야경은 허드슨 강 넘어 뉴저지주 쪽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 야경이다. 환상적이다. 우리네보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 맨해튼 야경이 담백하게 와 닿는다. 때로는 담백한 것이 더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법인데 지금이 그렇다.

    여행 중에는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짧은 시간 동안에 둘러보는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 ‘뉴욕의 가을’처럼 멋진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더 할 수 없이 좋다. 내게도 그런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과의 추억이 자리 잡았다. 별거 없다기에 모마 박물관을 가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간에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은 노신사와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비록 보고 싶었던 영화 ‘뉴욕의 가을’ 속에 나오는 단풍 구경은 하지 못했어도 다른 추억 하나를 얻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