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사 전략 살피고 들쭉날쭉 수익률 피해야

    입력 : 2017.12.07 01:23

    [18%는 쪽박, 헤지펀드 어떻게 고를까]

    '저금리 영향' 투자금 전년비 2배… 상품도 늘었지만 빈부격차 심각
    씨스퀘어 등 일부 100%대 수익, 3분의 2는 평균 6.4%도 안 돼
    "여전히 국내주식·롱쇼트 위주… 운용사 이름만 보고 고르지 말라"

    소수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키워드 참조) 시장이 올 들어 빠른 속도로 커졌다. 하지만 설정액이 50억원이 채 안 되거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가 속출하는 등 펀드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판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상품 선택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말 6조7000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올 12월 현재 12조4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가 됐다. 올 들어서만 500개 넘는 펀드가 생겨났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발 빠른 자산가들이 은행 예금 대신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돈을 맡겼고, 운용사들이 이런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앞다퉈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두었던 투자자들도 한국형 헤지펀드를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주목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128%부터 -80%까지…평균 6.4%

    한국형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해 연 7~10%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다.

    올 들어 눈부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다. 설정액 270억원인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연초 이후 이달 4일까지 낸 수익률이 100%가 넘는다. 올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종목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덕분에 수익률이 높았다. 작년 8월 펀드 출시 이후 수익률은 175%에 달한다.

    설정액이 11억원에 불과하지만 비상장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 씨스퀘어자산운용의 'Pre-IPO 코넥스 1호'는 올해 수익률 128%로 현재 출시돼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 738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최근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청산을 완료했다.

    하지만 '대박 펀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738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6.4%에 머물렀고, 496개(67.2%)는 이보다 못했다. 펀드 3개 중 2개는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한국형 해지펀드 시장 규모 그래프
    그래픽=박상훈 기자

    더욱이 132개 펀드(17.9%)는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작년 11월 출시된 '토러스 대체 투자 1호', '토러스 대체 투자 2호'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80%였고, 설정액이 2500억원이 넘는 '흥국재량투자2호[채권]C-I'도 수익률이 -0.1%다.

    메자닌 펀드도 부진했다. 메자닌 전략은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매매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증시 조정기에 채권으로 유지하다 상승 국면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추구한다. 보통 중소형주 장세에 유리한데, 상반기에 전환사채 등을 주로 발행하는 중견·중소기업 주가가 부진했던 탓에 수익률이 저조했다.

    펀드 운용 전략, 대표 매니저 꼼꼼히 살펴야

    헤지펀드 운용사 숫자는 105개로 2011년 시장이 출범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100개를 돌파했다. 펀드 숫자도 700개를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각 펀드의 덩치는 작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말만 해도 펀드당 평균 설정액이 191억원이었는데, 12월 현재 1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설정액 4300억원대인 'NH 앱솔루트 리턴 1호'가 있는가 하면, 설정액 50억원 이하인 헤지펀드도 전체의 30.8%인 227개에 달한다.

    펀드 운용사와 펀드 숫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 투자자는 상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간 주로 펀드 판매 대행을 해온 증권사들까지 직접 펀드를 출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자 곧 시장에서 도태되는 펀드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리스크(위험)가 커진 만큼 펀드를 고를 때 유의할 점은 더 많아졌다. 쏟아지는 펀드 가운데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직접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먼저 펀드 운용사의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헤지펀드 전략은 롱쇼트(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 이벤트 드리븐(기업 공개,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변동을 활용하는 것), 메자닌 등 다양하다. 투자 대상도 국내·해외 주식, 채권부터 부동산과 기타 대체 자산까지 제한이 없다. 이 같은 투자 전략·대상을 따져본 뒤 펀드의 지난 수익률을 확인해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변동성이 낮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투자자는 운용사 이름만 보고 펀드를 고르지 말되 회사 대주주가 자주 바뀌는지, 운용역 교체가 잦은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 규모가 작은 운용사는 운용 인력 1~2명만 빠져나가도 펀드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운용사 이름보다는 대표 펀드매니저의 이력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전략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펀드 운용자와 투자 전략을 꼼꼼히 따져보고, 특히 설정 1년이 채 안 된 펀드는 신중히 골라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액 투자자는 500만원으로도 투자 가능한 '공모 재간접 펀드'

    한국형 헤지펀드 대부분은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하는 등 전략이 공격적이고 원금 손실 위험도 큰 편이다. 또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10~20%를 성공 보수로 떼어가고, 펀드 환매에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소액 투자자에겐 공모 재간접 펀드도 대안이다. 정부는 올 5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를 허용했다.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헤지펀드에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도 돈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국내 처음으로 500만원을 갖고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공모 재간접 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 혼합자산펀드'를 출시했다. 투자 대상은 운용 규모 300억원 이상, 설정 1년 이상 지난 헤지펀드 가운데 평가를 거쳐 우량 펀드로 선별된 펀드다. 전문가들이 선별한 펀드에 투자한다는 강점을 내세워 출시 두 달여 만에 200억원 가까이 모았다. 현재 KB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를 헤지펀드라고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 당국이 2011년 말 기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건 이름으로, 소수(49인 이하) 투자자들이 최소 1억원 이상씩 투자한다. 저금리 시대에 인기를 끌며 올 들어서만 500개 넘는 펀드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