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꽃송이 4000개로 만든 등나무 덩굴… 들어와보실래요?

    입력 : 2017.12.07 01:31

    디자인 그룹 '완다 바르셀로나' "우리에게 종이는 붓이자 캔버스"

    "종이는 연약한 소재입니다. 가장 강력한 소재이기도 하지요."

    종이로 만든 등나무 덩굴 사이를 거닐며 건축가 인티 벨레즈 보테로, 산업디자이너 다니엘 만치니, 미술가 이리스 호발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스페인 디자인 그룹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 lona)'를 운영하는 트리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7일 개막하는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전에 맞춰 한국에 왔다. 국내외 작가 10팀이 종이의 속성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등나무 덩굴은 이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으로, 종이 꽃송이 4000개와 같은 수의 크리스털을 엮어 만들었다.

    2007년 설립한 완다 바르셀로나는 테이블 장식부터 실내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종이 작품을 선보여왔다. 패션 브랜드 디올과 에르메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등이 '고객'이다. "종이가 우리의 붓이요 캔버스"라는 이들에게 종이의 힘이란 내구성이 아니라 보편성이다. "누구나 매일 종이를 보고 만집니다. 그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표현해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게 우리 역할이죠."(보테로)

    아시아 첫 전시다. 만치니는 "과거 전시와 달리 처음으로 관객들이 작품 안으로 들어와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복도 양쪽으로 덩굴이 천장부터 늘어져 있다. 낮게 드리운 덩굴이 머리에 닿기도 한다. 스페인에서 레이저 커팅해 공수해온 꽃송이를 일일이 접고 실에 엮어 설치하는 데만 열흘이 걸렸다.

    쟁쟁한 클라이언트(고객) 중에서도 특별한 곳으로 이들은 디올을 꼽았다.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고 처음으로 일을 맡긴 곳. 올해도 파리에서 열린 디올 창립 70주년 전시장에 6000송이에 달하는 꽃으로 종이 정원을 꾸몄다.

    전문 분야 다른 이들이 호흡을 맞추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드물다. 축구팀처럼 각자 포지션이 있다. 건축가인 보테로는 구조와 공간을 고민하고, 디자이너 만치니는 소재의 물성(物性)에 집중한다. 미술을 공부한 호발은 "컬러와 질감을 활용해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내년 5월 27일까지.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