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친구의 결혼 50주년 ‘금혼식(金婚式)’을 기리며

    입력 : 2017.12.21 09:52

    우연히 친구의 카톡에서 자손들이 해 준 금혼식(결혼 50주년)의 자취를 발견하였다. 부부 사진 뒤에 감사패가 보였다. 확대해보니, 부모님을 기리는 자식들의 정성이 담긴 ‘명문 효도문(名文 孝道文)’ 감사패였다.


    감사패

    아빠 이석건님과 엄마 이광옥님의 결혼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50년 동안 변함없이 저희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드리고, 행복합니다.

    저희 4남매를 키워주신 그 정성과 희생에 어떤 말로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길 없습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두 어깨가 얼마나 무거우셨으며,
    ‘어머니’란 이름으로 두 손이 얼마나 닳으셨나요?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부모님께서 항상 저희 버팀목이셨고, 그늘이었고, 햇빛이었듯,
    저희 4남매도 그런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지는 노을이 아름답듯이 두 분의 남은 인생도 더 행복하고 아름다우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두 분 손 꼭 잡으시고, 서로에게 등불과 지팡이가 되어,
    영원히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17.11.18. 금혼식을 기념하며 자녀 일동

    사진=조선일보DB

    “‘아버지’란 이름으로 두 어깨가 얼마나 무거우셨으며, ‘어머니’란 이름으로 두 손이 얼마나 닳으셨나요?”라는 말로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으며, 부모님에게 못다 한 마음을 나타낸 후, “해지는 노을이 아름답듯이 두 분의 남은 인생도 더 행복하고 아름다우시길 바란다”는 말로 정성과 진심이 담긴 염원을 전해드렸다.

    같이 황혼길을 걷는 친구로서 부러움과 함께 성공한 자식 농사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4남매가 한결같이 훌륭하게 성장하였고, 가까운 이웃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으니, 이 또한 아무에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복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알기론 결혼에 관한 기념일로 은혼식(결혼 25주년), 금혼식(결혼 50주년), 회혼례(결혼 60주년)가 있고, 그 외에도 각각 명칭이 있는 결혼기념일이 있다. 

    50년을 맞는 이 금혼식도 어려운데, 60주년이 되는 회혼례는 전혀 상상이 안 되지만 가끔 회혼례(回婚禮) 소식을 듣는 수가 있다. 회혼례를 맞이하기란 ‘하늘의 별 따듯’ 크나큰 어려움이 있어 큰 영광으로 알아 잔치를 성대하게 치렀다며, 결혼식에 준하여 사모관대를 다시 한번 착용하거나 면사포를 쓰는 등, 다시 혼례식을 치르는 꽃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옛 어느 기록에서는, 과년한 자식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피웠노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다.

    그러나 자손 중 부모보다 먼저 불행한 일이 있는 경우, 아쉽지만 잔치를 치를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으매, 회혼례를 치른다는 것은 여간 어렵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친구들 간, 부모님께 회혼례를 해 드렸느냐로 화제가 되었다. 자손을 앞세운 경우, 큰 자식이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나가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 등 안타까운 사연들로 부모님 회혼례를 치러드리지 못했노라고 눈시울 적시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금혼식을 맞아 자손들의 뜻깊은 잔치를 받은 친구에게 본인과 자손들 함께 무탈하여 건강하게 회혼례를 맞을 것을 축원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58세에 행정공무원 정년퇴직을 하고, 20여 년간 개인택시 영업을 착실히 해 오던 중, 금년 봄, 자식들의 간곡한 만류로 운전대를 놓게 되었을 때도 그를 기념하여, 조촐한 식당에서 ‘은퇴 기념식(隱退 記念式)’을 차려 드렸다 하니, 흔히 볼 수 없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효도의 본이라 할 수 있겠다.    
     
    동창들의 모임에서 ‘누구인지 모르지만’이라 전제하고, 앞에 제시한 ‘기념사’를 낭송하니, 본인의 표정은 깜짝 놀라며, 점점 붉게 물들고, 다른 친구들은, 이 정성이 함뿍 깃든 사연에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그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앞으로 10년 후, 회혼례를 멋있게 차릴 것을 당부하며, 훈훈한 축하 자리를 마쳤다. 그러고 보니, 회혼례를 맞이하고 만나려면, 그 친구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때까지 장수하여야 하니, 각자 건강에 더욱 유의하자고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친구 자손들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금혼식’을 다시 한번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