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바람따라 '18.5m 대형 모빌'이 살랑인다

    입력 : 2018.01.11 23:58

    인천공항 제2청사에 작품 설치한 프랑스 현대 미술가 베이앙
    "내 작품, 사람들의 이정표 되길"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요리를 하고,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바느질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 있는 건 뭐든 네가 직접 만들면 된다."

    인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의 천장부터 지하 1층까지 걸려 있는 자비에 베이앙의‘대형 모빌’.
    인천공항 제2여객 터미널의 천장부터 지하 1층까지 걸려 있는 자비에 베이앙의‘대형 모빌’. 11일 터미널을 찾은 베이앙은“바람에 따라 매 순간 위치가 변하는 모빌처럼 공항을 찾는 사람들도 새로운 장소로 움직인다”며“모빌이 공기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프랑스 리옹의 교외에서 자란 자비에 베이앙(Veilhan·55)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무엇이든 네 손으로 만들어봐"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배에 가족을 태우고 여행을 다녔다.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베이앙은 나무로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기를 좋아했다. 장래 희망도 목수였다.

    목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베이앙은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프랑스관의 대표 작가로 선정됐을 때 나무로 전시장 벽을 둘러 녹음실을 만들고, 나무 악기를 제작했다. 조각·회화·영상·사진을 넘나드는 작가로 기대를 모은 그는 2009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베이앙은 오는 18일 문 여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자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11일 한국을 찾았다.

    2터미널 출국 층(3층)에 들어서면 지하 1층~지상 4층이 뻥 뚫린 보이드(void·빈 공간)가 양쪽에 있다. 이 공간에 설치된 높이 18.5m짜리 대형 모빌 두 점이 베이앙 작품이다. 작품 제목도 '대형 모빌(Great Mobiles)'.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듯 파란색, 청록색의 원판과 다면체가 줄에 달려 미세하게 움직인다.

    베이앙이 공항에 작품을 설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큰 규모 작품을 만들면서도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집중해서 관람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보는 작품이라 (사람을) 억누르거나 압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할 땐 고집도 부리고, 모험도 하죠. 하지만 공공 미술을 할 때는 주위 환경, 예산, 대중 등이 모두 고려 대상입니다. 모빌을 설치한 건 이곳이 공항이라 공기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장소라는 것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죠. 사람들이 약속 장소를 정하거나 길을 찾을 때 이정표가 되는 실용적인 역할도 해내길 바랍니다."

    모빌은 중력과 움직임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담긴 작품이다. 모빌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도 원래는 공학도였다. 베이앙도 칼더처럼 어릴 적 수학이나 물리학을 잘했을까? 그는 이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수학을 끔찍이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리학, 천체물리학, 수학에서 영감을 받는다. 다시 배우고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

    2터미널은 1터미널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했다. 빌모트와 친한 베이앙은 대형 모빌의 아이디어 단계 때부터 그와 상의를 하며 작품을 공항의 분위기에 맞췄다. 베이앙은"내 작품이 인천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비행기 여행의 낭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