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량 1.8% 감소… 50억 날린 '미세먼지 공짜운행'

15일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을 무료 운행했다. 초미세 먼지(PM2.5) 평균 농도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상되자 자율적인 차량 2부제를 유도해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미세 먼지 농도 때문에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이날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서울시내 차량 통행량은 지난주 월요일 출근 시간 때와 거의 비슷했다. 하루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운행에 들어가는 예산은 50억원. "효과 없이 예산만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안 줄고 버스·지하철만 공짜

15일 오전 8시쯤 서울 사당역 주변 도로는 꽉 막혔다. 남태령에서 넘어오는 차량이 합쳐지는 부분에선 차가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한 택시기사(69)는 "평소보다 더 막힌다. 도로 사정이 좋을 줄 알고, 사람들이 차를 더 가지고 나온 모양"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올림픽대로 성산대교와 청담대교 일대에서도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김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이홍근(36)씨는 "솔직히 3000~4000원 안 낸다고 대중교통을 타면서 미세 먼지를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는데도 이날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평소와 비슷했다. 주요 14개 지점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 15일 출근 시간대 시내 진입 차량은 지난 월요일이었던 8일과 비교해 1.8%(2099대) 감소했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은 지하철 2.1%(2만3000명), 시내버스 0.4%(3500명) 증가했다.

 

정책 홍보가 부족했다. 시민들의 참여 의식도 낮았다.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정문 앞에 '차량 2부제 시행'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짝수·홀수 번호 차량이 번갈아가며 드나들었다. 운행이 금지된 짝수 차량이 들어와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비원들은 "다음부턴 주의해달라"며 들여보냈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수도권 미세 먼지 저감 조치'를 실시하면서 "서울시내 공공 기관 360개소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고 임직원 52만7000명에 대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 기관 직원들조차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무료 운행은 반겼지만 정책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지하철 2호선 이용자인 김주희(23)씨는 "평소랑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오후 5시 20분쯤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 무료, 승용차 이용 자제 및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요금 처리 방식이나 경기·인천 버스 환승에 대한 안내가 없어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서울시 트위터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내 역은 어떻게 되냐' '인천·경기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냐' 등의 질문이 올라왔다.

◇"대중교통 무료는 효과 떨어져"

서울시는 "첫 시행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중앙정부나 경기도·인천시,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강제 2부제 도입이나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미세 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운행'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해외에서 입증되고 있다.

서울시는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을 수립했다. 2014년 3월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고 차량 2부제를 강제로 실시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당시 미세 먼지는 6% 감소에 불과했다. 2016년 말에는 무료 운행 조치가 6일간 이어지면서 2300만유로(약 29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파리는 지난해 1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폐지했다. 황인창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면 오히려 시민들이 고농도의 미세 먼지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무료로 인한 미세 먼지 감소와 시민들의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의 편익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을 하루 동안 무료로 운행한다고 미세 먼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발상"이라며 "예산을 산업 시설 배출 규제 등 중·장기적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